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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골목대장, 그가 사는 세상2018-11-07

노래하는 골목대장, 그가 사는 세상

노래하는 골목대장, 그가 사는 세상

이서 원용서마을 김철희

 


김광석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가수가 아닌 사람들도 길거리나 공원 한 구석에서 자연스럽게 버스킹을 즐기지만 김광석이 노래하던 시절엔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김광석을 생각하면 기타 하나 둘러메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는 낙엽 지는 거리에서 나지막하게 노래 부르는 풍경이 떠오른다. 가을은 깊어가고 김광석의 노래가 생각하는 계절에 직업가수는 아니지만 김광석을 좋아해 20년 동안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스윗 포테이토의 김철희씨(44)를 이서 지사울 공원에서 만났다.

 

스윗 포테이토를 결성한지는 10년 됐고 그 전부터 음악동호회 활동한 걸로 보면 20년 가까이 공연활동을 했어요. 올해부터는 지사울 공원 달팽이광장에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공연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죠. 생활문화예술이 살아나려면 광장이 살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달팽이광장이라고 이름도 붙였어요.”




이들 가족의 거실은 동네 사랑방이자 스윗포테이토 밴드 연습실이기도 하다. 삼면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일요일 저녁이면 늘 이곳에서 노래연습을 한다.



김철희씨는 전주에서 살다가 5년 전 이서로 귀촌했다. 17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구나 건축일을 하면서도 내가 살 집 하나 내 손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갑작스럽게 내린 귀촌 결정이었다. 처음엔 낯설고 후회도 했지만 결국은 자신과 아이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 신의 한수였다고 한다. 김철희씨는 스스로를 괴짜라고 말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뛰는 온 가족의 골목축구

그가 괴짜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두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괴짜 행동은 이서골목 FC'를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 가는데 어른들 몸이 참 부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 동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네 가족이 시작했어요. 축구도 아니고 뭐 공놀이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그게 참 재미있더라구요. 팀의 조건이 그거였어요. 애들만 보내는 게 아니라 부모가 같이 와야 하고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뛰어야 한다는 거. 왜냐면 우리가 애들이랑 놀아주려는 게 아니라 같이 운동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같이 놀다보니까 사람들이 불어나서 지금은 열여덟 가족이 함께 하고 있어요. 70명이 넘은 거죠. 팀 이름은 이서골목 FC이고 저의 직함은 골목대장입니다.”

 

이서골목 FC에는 독특한 규칙이 하나 있다. 몸무게 50kg 이상 키 170cm 이상은 슈팅 금지!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축구경기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어른들은 슈팅 금지라는 무서운(!) 금기사항을 팀의 규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학교 아이들이 팀에 함께 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의 넘치는 의욕과 힘을 제어하고 팀의 규칙을 설득하는 것이 제법 어려웠지만 지금은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는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목요일에는 달팽이 광장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다

다음은 김철희씨의 두 번째 괴짜행동.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지사울 공원 달팽이광장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퍼스킹 공연을 한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참 분주해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모두들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그래서 이 광장에 오는 순간에는 시간이 좀 느리게 흐르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죠.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솔직히 사람 없을 때는 이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도 많이 했죠. 특히 바람 불고 추운 날에는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이제 이 달팽이광장에서 목요 공연이 자리 잡혀서 가끔 바빠서 못하거나 다른 곳에서 요청이 들어와 공연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전화가 와요. 왜 공연 안하냐고 목요일인데. 저기 현수막에 제 번호 적혀 있거든요. 그래서 이곳 달팽이 광장에서의 공연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거리공연이지만 처음부터 주변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이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바쁜데 돈도 안 되는 것을 왜 하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철희씨는 생활문화라는 것이 우리 일상생활의 중심에 있어야 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활동을 하고 지원을 받지 않으면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그것이 진정한 생활문화이고 우리 삶이 더 건강해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거리공연을 할 수 있었던 힘은 가족과도 같은 스윗 포테이토라는 공연팀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서에 함께 살면서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노래 연습을 하고 음악과 삶의 철학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스윗 포테이토가 곁에 있어서 그의 삶은 풍요로워 보였다.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언젠가 지사울 공원 달팽이광장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공연하고 있을 때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지나가다가 해주신 말씀이 참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공연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동네 사람들은 진짜 고마워해야 하는 거라고. 이런 거 누가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도 이거 다 꽃과 나무들이 들어준다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나중에는 진짜 모든 사람이 알아줄 거라고. 그러니까 열심히 해주면 고맙겠다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제가 사람들 신경 안 쓰고 공연을 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모여 있다가 가고 또 다른 사람이 오고. 사람들이 몇 명 왔는지 그런 신경 안 쓰니까 지금은 공연 할 때마다 참 편해요. 처음에는 내가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해줘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걸 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워요. 내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 뭘 위해서 사는지 자꾸 의문을 던지고 고민을 하거든요. 특별한 사람만이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정말 좋겠어요.”

 

추워지기 시작하면 거리 공연은 잠시 쉬어간다. 얼마 남지 않았다. 목요일 저녁 7시 달팽이 광장에 가보자. 씩씩하게 기타 한 대 매고 김광석을 부르는 김철희씨가 늘 그곳에 있다.

 


부인 김해경씨의 고향은 동상이다. 곶감깍는 것이 어린시절에는 지겨웠지만 이제는 그일이 그리워 가을이 되면 감을 깎아 말리곤 한다



공연 안내> 스윗포테이토 겨울콘서트 스페이스 코웍 연탄한장’ 1215일 토 4

이산모자원 자율기부공연 문의 김철희 010 6450 6549




/글사진 =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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