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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다른 면을 보세요. 2018-06-04

[바닥의 걸어서]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다른 면을 보세요.

[바닥의 걸어서]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다른 면을 보세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앵겔른 지음



평범한 아침이었다. “얼굴이 많이 부었네요, 어젯밤에 뭐 드시고 주무셨어요, ?” 까르르 경쾌한 웃음과 함께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이는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주문을 할 때 언제나 공손하고 음료를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던 분이었다. 아마 나쁜 뜻 없이 친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을 게다. 나는 약간 당황해서 , 아닌데요. 술은 원래 못 마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질문이 불쾌하다거나 무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순간적으로 , 오늘 내 얼굴이 이상한가?’ 생각했다.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이거나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아마 화가 조금 났던 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에 냉동실에 얼려둔 숟가락으로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가라앉히고 등교하던 아이는 아니었다. 간밤에 라면을 먹고 자도 얼굴이 붓지 않는 특수한 체질이어서가 아니다. 얼굴이 부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예쁘지 않은 학생, 외모 보다 성적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말을 늘 듣던 학생이었을 뿐이다. 엄마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살을 빼고 예뻐지라고 했지만 다이어트에는 늘 실패했고 옷과 화장품에는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겉모습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믿음을 가져서가 아니다. 철저하게 식사를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부지런히 유행을 좇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다. 예쁘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고 못생겼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없어서 외모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뚱뚱하고 안 예쁘니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가.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나는 다행스럽게도 입을 옷이 없어서 외출을 못할 만큼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거울 앞의 내 모습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못한다. 화장을 안 한다고 외모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겨울이 끝나갈 때쯤 기분 전환을 위해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칼을 아주 짧게 잘랐다. 예상대로 실연이라도 당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질문은 십 수 년 전에나 하던 게 아니었나, 재미도 의미도 내게 관심도 없는 질문이라 어이가 없을 뿐 기분이 상하지도 않는다. 더 조심스러운 언급은 스타일이 달라져서 멋지다’ ‘어울린다정도일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기는데, 내가 변화를 원해서 미용실에 다녀왔음에도 누가 이상하다고 말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하고 있었다. 혼자 거울을 볼 땐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확신이 안 생기고 누가 예쁘다고 해줘야 진짜 예쁜 것만 같았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있기야 하겠지만 외모에 관해서는 남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당장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책을 사다 읽었다. 예뻐지고 싶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견고한 반복이 뭔가 잘못된 건 분명한 거 같으니까. 어떻게 해야 나와 내 여자 친구들이,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책의 주장이 아름다움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꽃이 아름답고 동물이 귀여운 것처럼 인간의 어떤 면모도 분명히 아름답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특히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특정한 조건을 생각해보면 몸무게, 피부, , 몸매, 얼굴의 대칭, 눈의 크기까지 지나치게 신체를 대상화한다. 우리는 포토샵으로 보정한 비현실적인 모델을 보며 다이어트와 미용 산업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나와 비교하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너무나 오랫동안 대상화되어 왔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대상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예쁘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외모에 대한 평가를 들으면 그게 칭찬일지라도 신경이 쓰이고 다른 데 써야할 에너지를 예뻐 보이는 데 쓰게 될 수 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주의해서 해야할 이유다. 모두가 다 아름답다는 말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워야 할 의무가 없다. 아름다움에 지금처럼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지 말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른 것들에 앞서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다른 면면은 덜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들 뒤에 아름다움을 놓자. 그러기위해선 가장 먼저 칭찬이든 비난이든 외모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예쁜 여자 아이를 마주쳤다. ‘너 정말 예쁘구나라고 말할 뻔했는데 내 옆에 누군가가 먼저 어머, 넌 엄마보다 더 예쁘구나.”라고 말했다. 그 순간은 정말 화가 났다.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엇을 발견하기도 전에, 타고난 외모와 한시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그 어린 아이가 너무 많은 칭찬을 듣는다. 칭찬을 또 듣고 싶어 분산될 소녀의 에너지가 아깝고 동시에 두 명의 여성을 대상화시키면서 외모 평가를 해대는 무심함이 속상하다. 앞에서 언급했던 부정적인 외모 이야기를 습관처럼 꺼낸 분에게도 이 때문에 화가 난 것이리라.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놓치고 있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될수록 살기는 피곤해지만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계속 공부하고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부모가 본능적으로 딸들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줌으로써 기를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한 칭찬은 소녀와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다. 부모는 딸에게 미치는 광범위한 문화적 영향력이 해독제가 될 기회를 가졌다. 부모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의 시선 이외의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언가를 칭찬하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집중하는 것, 배려하는 것, 창조적인 것, 너그러운 것,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그녀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설명하라.’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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