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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4] 매콤하고 달콤한 맛에 아삭함을 더한 양파김치 2018-06-04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4] 매콤하고 달콤한 맛에 아삭함을 더한 양파김치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4] 매콤하고 달콤한 맛에 아삭함을 더한 양파김치


할미디미방은 우리 주변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들이 예전부터 해먹던 일상의 음식이나 특별한 날 먹던 음식을 알아내고 레시피를 발굴해 점차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찾아 보존하고 이를 알리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현실에서 내가 만난 이 곳의 할머니들은 예상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일을 나가느라 바쁜 할머니들이 있는가하면 집에 계신 분들은 직접 반찬을 해드시기 보다는 오히려 자식들이 반찬을 해다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미각이 변했는지 음식솜씨가 좋다고 소문난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 간이 맞지 않아 내 입맛에 썩 맛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할머니들을 만나면 음식보다는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중요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본연의 취지의 맞게 음식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발효가 잘 되는 시즌이어서 막걸리를 담궈보려고 했으나 갑자기 더워진 날씨탓에 발효가 되지 않는다는 전통주 동아리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템을 급히 바꿔야 했다. 양파가 제철인 요즘, 나는 문득 해남에 귀농한 언니가 담궜던 양파김치가 생각났다. 직접 농사지은 양파 중에 너무 자잘해서 상품성이 없는 양파들로 담근 김치였는데, 아삭하고 매콤한 양파 김치맛에 반했었다. 양파가 산지인 이곳 완주에서도 양파 김치를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양파 김치를 담궈 드시는 할머니가 계신지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까운 마을에 음식솜씨가 좋은 할머니 한분을 소개 받아 할머니를 찾아갔다.


우리가 만난 유복숙 할머니(67)는 굉장히 젊으셨는데, 이른 나이에 결혼한 딸이 있어 벌써 고등학생 손녀딸이 있는 할머니셨다. 유복숙 할머니는 장성한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최기천(73) 할아버지와 단둘이 고산고 앞 서봉마을에 살고 계신다. 마침 김치를 담그러 갈 때 마늘밭에서 마늘을 캐고 쉬러 들어오신 할아버지가 계셔서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음식솜씨 뿐만 아니라 인심도 좋아서 뒷뜰에 문을 열어두고 큰 감나무 아래 쉬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면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가시라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덕분에 할머니 댁에는 동네분들을 비롯해서 단체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뒷마당에 있는 평상 옆에 큰 돌로 만들어진 숯불구이 판이 있는 걸 봤는데 어제도 할아버지의 고산초등학교 동창 친구들 10명이 와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점심식사를 하셨다고 하신다. 서봉마을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10남매 중 셋째인데 대가족이 배를 골은 적이 없이 잘 먹고 자랐고, 지금까지도 자식들 덕에 호강하며 사신다고 하셨다. “할머니 이름처럼 복이 많으신가봐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이름 이야기를 꺼내신다. 장남인 첫째 뒤로 딸만 9명이 태어나서 여동생 중에는 딸은 그만 태어나라고 유막례, 유경례, 유호남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순서만 잘못 태어났어도 이름이 막례가 될 뻔했다고 웃으신다

 

할머니는 김치를 담그실 때 고추를 불려서 마늘과 생강을 갈아서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고 김치를 무치는데 이렇게 하면 김치의 색도 더 예쁘고 맛이 더 잘 베인다고 했다. 부엌에서 나가면 방앗간에서나 쓰는 고추 빻는 기계가 있었는데, 여쭤보니 수시로 김치를 담궈서 할아버지에게 방앗간에서 고추 빻아달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방앗간에 자주 가는 게 쑥스럽고 귀찮아서 할아버지가 아예 이 기계를 사오셨다고 한다.


음식 잘하는 마누라랑 살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하면서 허허 웃으시는 걸 보면 두분이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사신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다. 햇양파가 어찌나 매운지 할머니와 셋이서 눈물 상봉을 하며 양파를 씻어서 열십자로 쪼개 소금에 10분 정도 저려 놓고, 두세번 씻어서 김치 담글 준비를 마쳤다. 양념 다대기를 미리 해 놓으셔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지 20분도 채 안되서 청소까지 후다닥 끝이 났다. 나는 한번도 김치를 담궈본 적이 없었는데, 김치를 담굴 일이 생겨 막막하던 차에 마침 쉽고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담그는 김치를 배웠다. 계량스푼과 계량컵이 없이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나는 언제쯤 적당히라고 말할 수 있는 고수의 손맛을 흉내나 내볼 수 있을까. 김장봉투에 가득 담아 싸주신 김치를 가져오니 고향집에 갔다 오는 기분이었다. 올 여름 입맛이 없을 때, 간단히 곁들여 먹을 김치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먹을 것 같다.



[아삭아삭 양파김치]

 

재료 : 작은 양파, 대가 남아 있는 것으로 6kg, 왕소금4주먹, 설탕, 새우젓갈, 통깨, 당근, 마늘

다대기재료 : 마른 고추1, 마늘 10송이, ( 옵션 : 생강 손가락 2마디 )

 



다대기 만드는 법

1 : 빨간고추를 물에 15분 정도 불려 둡니다.

2 : 물기를 뺀 고추에, 껍질벗긴 마늘을 넣어서 갈아줍니다.

tip

- 생강은 옵션입니다. 너무많이 넣으면 쓰기 때문에, 조금만 넣어 잡내를 잡아주면 됩니다.

- 고추가루로 만드는 것 보다 고추를 바로 갈아서 다대기를 만드는 것이 색과 맛이 더 좋습니다.

 



양파김치 만들기 시작!




 




1 양파를 열십자 모양으로 4등분 합니다. (양파 잎의 노란부분은 잘라버리고 초록 부분은 남깁니다.)

2 양파를 큰 다라이에 넣고 왕소금 4주먹 정도 넣고 10분 정도 숨을 죽입니다.

10분 후 다시 뒤집어서 5분정도 두고 두번 씻어 소금을 헹굽니다.

3 양파 숨이 죽는 동안 마늘, 새우젓갈은 각각 갈아두고, 당근은 채 썰고, 다른 재료들도 준비합니다.

4 다대기를 국자로 크게 2, 새우젓 3, 설탕 2, 마늘 3스푼, 통깨 당근은 적당량(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을 큰 다라이에 넣고 섞어줍니다.

5 절여둔 양파를 모두 넣어 양손으로 양파를 뒤집어가며 비벼줍니다.

6 양념이 적당량 묻은 후 맛을보며 취향에 맞게 설탕, 새우젓, 다대기 등을 조절하여 넣습니다.

 

tip

양파는 작은 것일 수록 맛있고, 파랗게 붙어 있는 양파대를 같이 버무리면 더 맛이 좋습니다.

양파김치는 달달하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배추 김치와는 달리 풀을 만들어 넣지 않습니다

만들어서 오래 두기 보다는 금방 먹을 수 있는 양을 만듭니다.

설탕을 만들 때 뉴슈거를 조금 넣으면 단맛을 더 살릴 수 있습니다.

 



[장아찌 담그기]

할머니 댁에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가 있었습니다. 맛이 좋아 어떤 비율로 간장을 만들었는지 여쭈어보니,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만드셨는데 맛있었습니다.

1 머위, 마늘쫑, 마늘대, 쪽파, 등등 준비한다.

2 간장, 매실을 1:1로 끓여서 한김 식혀 절일 재료에 넣어준다.

3 뚜겅을 잘 덮고 실온에 1~2일 정도 두고 난 후 냉장고에 넣는다.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께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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