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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너머 위봉마을] 엄마 옆으로 돌아온 조경자씨2018-06-04

[고개 너머 위봉마을] 엄마 옆으로 돌아온 조경자씨

[고개 너머 위봉마을] 엄마 옆으로 돌아온 조경자씨

 

자식 위해 서울행, 엄마 위해 완주행

 

자식들에게 십년자유 선언하고

엄마 모시려 30년 만에 귀향

 

 

어린 자식들 교육을 위해 무작정서울로 올라갔던 조경자(69)씨는 지난해 10무작정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식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고향을 떠났던 그녀가 이제는 고향에 계신 친정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딸의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온 것이다. 고향으로 다시 오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이 마을에서 나고 컸어요. 결혼도 이 마을 사람이랑 했고 자식들도 여기서 낳았죠. 하지만 이 산골에서 애들을 가르칠 수 없겠다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갔어요.”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고향에 남편과 자식들을 놔두고 홀로 서울로 올라가 남의 집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남편과 자식들까지 서울로 올라왔고 그렇게 30. 삼남매는 어느덧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고 자식을 낳았다.


시골뜨기가 서울 가서 어렵게 천막집 얻어서 살았어요. 고생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서울 가길 잘했어요.”



집 앞 쉼터 의자에 두 모녀가 앉아 있다.



재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향에 계신 친정어머니의 외로움이 커졌다.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어머니 곁에 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자씨는 고향에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에게 십년만 자유를 달라고 선언했어요. 내 능력으로, 내 취향으로 고향에 집을 짓겠다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사람을 못 알아보셨어요. 서울에서 어머니 생각에 많이 울었죠. 이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기라도 한다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보살펴 드리고 싶어서 내려왔어요.” 

 

그렇게 지난해 5월 허석순(91) 할머니 집 바로 뒤에 경자씨의 집이 지어졌다. 손주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놀 커다란 다락방이 있는 집이다. 동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뜰 수 있는 침실이 있고 엄마 집을 향해 커다랗게 난 창이 있는 집이다.



집 앞 마당 장독대



고향에 내려오니 시골 인심이 참 좋아요. 마을 어르신들도 우리 어머니와 놀아주고 저 보면 먹을 것도 나눠주시고. 수십 년 만에 내려왔지만 낯설지가 않아요. 마음이 편안해요.”


딸의 앞집에 살고 있는 석순 할머니는 위봉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 남편이 떠나고 그 자리에 새롭게 딸이 오니 신기하리만큼 건강이 좋아졌다. 요새는 한 달에 두어 번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에 있는 병원도 다녀오신다. 말씀도 잘 하시고 귀도 잘 들리신다.


석순 할머니는 딸집은 맨날 와. 아침저녁으로. 딸이 서울에 있을 때는 외로웠지. 아들도 좋지만 딸이 이물 없잖어.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 나 그때 금방 죽을 줄 알았거든. 근디 명이 길어가지고 이제 구십한 살이여. 내가 딸을 둘 낳았어. 큰 딸이 서울 간다고 했을 때 걱정 많이 했었어. 마음이 안 좋았지. 근디 지금 옆에 있으니까 든든해.”라고 말했다.


석순 할머니는 문득 남편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떠오른다. 집 앞에서 부부가 콩 타작을 하고 있을 적 지나가던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이다. 지금은 사라진 사진이지만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우리 사진을 찍대. 그리곤 나중에 그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집으로 보내줬어. 생각도 못했는데 그 사진을 보내준거야. 고맙더라고.”





그때를 떠올리며 모녀가 카메라 앞에 섰다. 눈매가 닮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남에게 뭐라도 나눠주고 싶어 하는 성격도, 부지런한 것도 닮았다. 그래서 엄마와 딸이다

 

따님 한번 바라봐 주세요.”라는 요청에 경직되어 있던 석순 할머니 얼굴에 그제야 웃음이 지어진다. 바라봐도 또 보고 싶은 얼굴. 내 딸의 얼굴.


고향에 집도 지었고 이제 여기서 살아야죠.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으셔서 다행이에요. 좋은 사람들과 사이좋게 살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와 함께요.”





경자씨 텃밭에 어머니의 조언으로 심은 배추가 크고 있다. 잘 자란 배추는 올해 모녀의 김장 재료가 될 것이다. 텃밭으로 나비가 날아든다. 서로를 바라보던 모녀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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