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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정의 청년인턴 일기] 스물 넘은 갓난쟁이의 완주 살이 스타투!2018-04-30

[정수정의 청년인턴 일기] 스물 넘은 갓난쟁이의 완주 살이 스타투!

[정수정의 청년인턴 일기] 스물 넘은 갓난쟁이의 완주 살이 스타투!

 

먼저 제목을 바꿔야 하겠다. ‘청년인턴 일기에서 뭣도 모르는 갓난쟁이의 완주 살이. 청년인턴 일기라고 하면 인턴으로 일하는 직장에서의 일과 연관된 요소만으로 한정되는 느낌이 있다. 앞으로 이 일기는 나의 총체적인 완주 살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이 담길 것이다.


우연히 올리버 슈라이너의 <>에 나오는 단편 사냥꾼을 읽었다. 사냥꾼은 자신의 일생을 진실을 찾는데 몰두한다.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진실로 보이는 거짓들의 유혹에 넘어가 잠깐의 달콤함을 누리기도 하고 유혹에 빠짐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을 버렸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보고 멍청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진실의 유무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어둠의 계곡을 헤쳐 홀로 산을 오른다.


참으로 부끄럽더라. 옷장에 걸린 산 지 며칠 안 된 꽃무늬 원피스가, 목화향 물씬 나는 싼 가격의 바디워시와 로션이, 희어지기 위해 내 얼굴에 덮는 파운데이션과 눈이 커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눈 화장 용품들이, 새콤달콤한 맛과 저렴한 가격을 기준으로 샀던 음식들이. 내 주위의 많은 부분들이 거짓 같았다. 내가 사는 내 인생인데 그 속에는 내가 없는 것 같았다. 나의 삶의 기준은 사회에 통용되는 미(유행), 싼 것, 양 많은 것, 편안한 것, 안락한 것, 사회적 인정이었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부끄러웠다. 당당할 수 없었다. 특히 내 자신에게.


짧은 인생. 어차피 인생은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이 나에게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당당해지려고 한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데에는 앞서 말한 예시들처럼 평소의 내 일상들과 긴밀히 연결 되어 있었다. 대단한 진실을 찾기 위해 오지로 떠나는 등의 커다란 변화가 아니라 나의 사소한 일상들을 적어도 나에게 부끄럽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의 일상적인 선택들이 내 몸과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관계와 환경에도 과연 이로운가. 그를 기준으로 내가 사용하고, 입고, 먹는, 즉 내 삶과 맞닿아 있는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해보자.’


화장을 안 하기 시작했다. 옆으로가 아닌 일자로 바로 누워 자기 시작했고 다시 아침 명상도 시작했다. 5층 이하는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일회용 컵 대신 도자기컵을 비치했다. 하워드인플래닛의 문화강좌를 통해 직접 마끄라메 장식품을 만들었고 완주 사람과 함께 손수 침대도 만들었다. 그리고 완주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며 우연히 만나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 등 동네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함께 대화를 하게 됐다.




침대틀을 만들고 있는 모습.



위의 단편에 나오는 사냥꾼은 결국, 죽는 순간에 진실의 새의 깃털을 안고 미소를 띤 채 생을 마감한다. 그 진실이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쨋건 간에 부끄러움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버리려고 한다. 갓난쟁이의 마음으로, 처음 세상을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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