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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3]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쑥버무리 2018-04-30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3]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쑥버무리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3]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쑥버무리



우리가 이번에 만난 유순예 할머니는(84) 지난 달 만났던 최귀례 할머니의 단짝 친구다. 고산읍내에 있는 도서관 앞을 지나면 두분이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유순예 할머니는 우리에게 쑥버무리를 해주시기로 했는데, 무릎이 아파서 쑥을 캐기가 힘들다며 못하겠다고 하셨다. 따뜻한 봄날에 할머니와 함께 쑥을 뜯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봄나물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싶었는데, 계획이 무산되나 싶었다. 새로운 분을 찾 아 다른 아이템을 발굴해서 취재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당신 집 대문앞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유순예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와의 인연을 저버리고 새 인연을 만나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았고, 봄철 쑥버무리는 향긋한 쑥내음과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입맛없는 봄에 실컷 먹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쑥을 구입해 올테니 함께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옆에 계시던 최귀례 할머니께서 반나절 나가서 캐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일정이 안 맞아 함께 쑥을 캐러 가지는 못했는데 두 분이 캐오신 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깐 나가서 캤다는 쑥은 빨간 고무 다라이에 가득 담겨 있었는데 무릎이 아프신 두 분이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짐작이 갔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온 집안에 진동하는 쑥내음을 맡으며 벌써부터 쑥버무리를 먹을 생각으로 철없는 손녀딸처럼 마냥 설레였다. 소문이 났는지 이 날 마을의 할머니들이 모두 유순예 할머니 댁에 모이셨다. 음식을 하기 전에 우리는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어 자리에 모여 앉았다.


유순예 할머니는 솔직한 화법이 매력인 분이다. 삼례가 고향인 할머니는 20세에 이 곳 고산으로 시집을 와서, 열 살 많은 남편을 만났다. 사이가 좋았던 남편은 할머니가 47세 때 먼저 세상을 떠나고 곧이어 다음해에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차례로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끝났지만, 더욱 고된 인생살이가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6남매를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로 나가 여관 청소, 식당, 닭집 일 등 안해 본 일이 없었다.


할머니에게 자녀들에게 해준 맛있는 반찬 비법이 있는지 여쭤보니 할머니는 잘 해준게 있건디, 가난한디.” 이렇게 말씀하신다.


순간 아차 싶었다. 할머니가 사셨던 시절을 조금만 상상해보면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답이었다. 배고픔은 다이어트 할 때만 느끼고, 늘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물어본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려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최귀례 할머니는 어서 쑥버무리를 하자고 하신다. 오늘의 비법 전수자는 유순예 할머니이신데, 최귀례 할머니께서 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부엌으로 가신다. 아무렴 어떠리. 마을 잔치를 벌인 것처럼 다같이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유순예 할머니는 부엌으로 안 들어오시고, 밖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화투판이 벌어졌다.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순식간에 쑥버무리는 완성되가고 있었다. 최귀례 할머니는 손이 빠르셔서 우리가 무게를 재기도 전에 직감으로 뿌려 버리시는 바람에 우리는 제대로 계량을 할 수 없었다. 정확히 계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할머니 비법을 공유해야 하는데, 할머니께 얼마나 넣었는지 여쭤보면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시던 할머니도 어려워하신다. 누군가 대충에 숨겨진 할머니의 비법을 찾아낸다면, 아마 소중한 음식문화 유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어느 덧 쑥버무리가 완성되었고, 쑥 한움큼으로 쑥전도 만들었다. 쑥전 역시 저울에 계량하기 전에 바로 볼에서 밀가루 반죽과 버무려지고 있어 정확한 양을 적지는 못했다. 할머니께서 양손으로 쥐어 두번 정도 넣으셨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쑥전과 쑥버무리를 완성해서 잠깐 화투판을 멈추고 다같이 나눠 먹었다. 화투에 몰입하고 계시던 유순예 할머니도 맛있게 드시며 좋아하신다. ^^;;



쑥버무리와 쑥전을 중심으로 작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풍경.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를 치고 있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아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듣는게 재미있으면서도, 같은 시공간에 사는 이분들이 이 시대의 삶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배고픔이 가장 큰 고민이던 시대를 사셨던 할머니들은 지금의 이 시대가 천국이라고 하신다. 과연 그럴까? 몸으로 느끼는 배고픔 대신 정신적인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할머니들의 이 말씀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었던 할머니의 쑥버무리와 별미로 즐기는 우리의 쑥버무리는 이렇듯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같은 자리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짧게나마 다른 시공간으로의 접속을 시도해 본 이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쑥 버무리]





 

재료 : 2kg, 쌀가루 2.7kg, 흰설탕 약 10큰술 (취향껏), 소금 1작은술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 모여서 함께 먹으면 좋아요~

쑥을 한번 씻어둔다. 물기가 촉촉하게 있는 상태이면 좋다.

(쌀은 3시간 정도 불리고 난 후에 가루를 낸다.)

쑥을 뒤집어 주면서 설탕 6주먹과, 쌀가루 2.7kg을 넣는다.

큰 솥에 물을 정도 채우고, 겅그레 위에 보자기를 올린다.

물이 끓기 전에 반죽을 넣는다.

20분쯤 이후 젓가락을 푹~ 눌러 넣어 익었는지 확인하고 먹는다.

할머니 팁!!

밀가루로 하면 수분을 더 많이 가져가서 쑥 털털이 느낌으로 포슬포슬한 식감이 난다.

 

 

[쑥 전]


 


: 위의 쑥 버무려 둔 반죽 한움큼, 쌀가루300g, 밀가루 6큰술, 흰설탕 4큰술,

쑥 떡을 찌기 전 가루와 쌀가루, 흰설탕, 밀가루를 모두 버무린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뻐글뻐글하게(할머니 언어) 굽는다


 

 

완성된 쑥전과 쑥버무리. 누군가가 쑥전의 반을 이미 먹은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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