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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2]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2018-04-03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2]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2]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

고산 최규레 할머니의 요리




최귀례 할머니가 달래무침에 들어갈 마늘을 빻고 있다.


들기름에 고추장, 매실액

특별한 것 없이도

입안 가득 향긋한 봄의 냄새



고산에 사시는 최귀례 할머니(83) 댁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마룻바닥에 광이 나는 걸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손님들이 온다고 급하게 치우신 건 아닐까하는 의심에 이곳저곳 살펴봤는데 눈길이 가는 곳마다 완벽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고, 먼지 한톨 찾을 수 없었다. 할머니께는 음식 비법보다 살림 솜씨를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 대충 한다고 하시면서도 한가지 일을 하고 나면 곧바로 치우고 닦으셨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청소에 이런 일상적인 정리는 해당되지 않는 걸까? 마음이 복잡할 때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며 청소 하나에도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던 나는 할머니 앞에서 부끄러웠다. 할머니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티내지 않고 하는 담담한 삶의 태도를 몸소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셨다.

 

암시롱도 안혀. 배고픈께 잘 들어가. 찬밥에 물 말아서 돼지고기 넣고 김치찜 하면 젤로 맛있어. 잘 묵으야겠디. 안그럼 어지럼증이 생겨


혼자 밥먹을 때 쓸쓸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하셨다. 우문현답이다. 나도 밥상 앞에서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말이 나오면 좀 더 배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어봐야겠다. 할머니는 찬밥에 물 말아서 돼지고기 넣은 묵은지 김치찌개랑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하신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함께 살았던 나의 할머니도 늘 밥을 물에 말아서 드셨다. 나도 한동안 할머니를 따라서 밥에 물 말아 먹는 걸 좋아했는데, 먹을 게 많아진 후로는 한번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할머니가 16살에 시집와서 17살에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은 6.25 전쟁통에 군대에 가서 6년 동안이나 집을 비웠다고 했다. 혼자 갓난 아이를 업고 이집 저집 다니며 나락을 줍는 일을 하면서 사셨다고 했다. 할머니가 살던 곳은 서봉이었는데, 나물을 구하기 위해 경천이나 운주까지 걸어다녔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하게 사셨을 지 짐작이 간다. 그 때는 누구나 다 배고픈 시절이어서 나물도 다 뜯어가고 남는게 없었다고 한다. 주로 많이 먹었던 나물은 벌이방애, 자우정, 씀바귀 등이라고 하는데, 씀바귀 하나 알아 듣고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나물 이름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쑥도 뿌리까지도 다 캐가서 한동안 보기가 힘들었다고 하니 그 당시 얼마나 먹을 게 귀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하시면서 갑자기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는데, 어여 일하자고 하시면서 일어나신다. 두 팔을 크게 벌리면서 지금 이곳이 천국이여라고 말씀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할머니께서 힘든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일의 순서를 아는 사람이 고수라고 했다. 순서대로 일하면 일을 마치고 나서 피곤할 일이 없다고 한다. 찬장에서 양념을 꺼내고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부터 하나도 허투루 하는 동작이 없이 순서에 맞게 준비하신 할머니를 보면서 고수로 느껴졌다.


할머니께 나물 뜯으러 같이 가자고 하니 무릎이 아파서 나물 뜯는 일은 더이상 못한다고 하셨다. 시골에 대한 환상이 하나 둘 깨지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야기를 몇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달래무침이 완성됐다.


점심식사 시간 이후에 만나서 우리 세사람은 모두 밥을 먹고 난 뒤였는데 어제 짜온 들기름에 고추장, 매실엑기스, 깨소금 만으로 무친 달래나물은 향긋한 봄의 냄새로 우리를 유혹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양푼에 밥을 넣어 비벼 먹기로 했다. 할머니가 평소 해 놓은 김치 몇개를 꺼내 달래무침 비빔밥에 곁들이니 금새 푸짐한 밥상이 완성된다. 혼자 먹던 조용한 밥상위에 숟가락 한개가 더 왔다갔다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알게 된 날이었다.


뒷정리를 하고 가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는 어제 짠 들기름을 작은 병에 담아 우리 두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 주셨다. 언제든 지나가는 길에 전화하면 밥을 해줄테니 또 오라고 하시면서 호탕하게 웃으신다. 지난달 완두콩 신문을 보여드리면서 할머니께 이렇게 기사가 나간다고 말씀드리니 기사는 안 나와도 되니 밥이나 맛있게 먹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글을 읽지 못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우리는 신문을 가져가서 직접 읽어드리기로 했다.

 


[ 깨소금 달래무침 : 애 다루듯 조물조물 살살살~ ]

재료 : 달래 1/ 양념장 : 매실액기스, 고추장, 들기름, 다진 마늘, 깨소금,

 

1 달래를 깨끗이 씻어 양손 가득 잡고 툭툭 찢어 준다.

2 큰 다라이에 다진마늘, 들기름, 고추장, 각각 한 스푼씩 넣는다.

3 매실액기스 반 스푼 넣는다. ( 남편에겐 식초, 반 스푼, 아이에겐 설탕 반 스푼 넣어주는 것도 좋다.)

4 깨소금을 듬뿍 다섯 스푼 넣고, 통깨도 한 스푼 넣는다.

5 달래를 넣어 조물조물~ 살살살~ 꼭 손으로 무쳐준다.

6 달래를 무친 곳에 밥을 넣어 골고루 비벼 먹는다.








 

 

 

[ 달래간장 : 짜지않게 만들어 구운 김과 함께~ ]

재료 : 달래 1/ 양념장 : 매실액기스, 간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설탕, 참기름, 통깨,

 

1 달래를 깨끗이 씻어 4~5센치로 자른다.

2 간장12스푼, 매실액기스2스푼, 고추가루 반스푼, 다진마늘, 설탕, 참기름, 통깨 각각 한스푼씩 넣어 잘 저어준다.

3 간장이 너무 짜면 물을 1~5스푼 정도 넣어준다.

4 달래가 간장 양념장에 푹 잠기지 않도록 버무려둔다.

5 김을 구워서 밥과 달래를 듬뿍넣은 간장을 올려 먹는다.

 


 6남매와 손주들까지 아직도 반찬거리들을 직접 챙기시느라 냉장고가 3대나 된다. 냉장고에 붙여둔 자석 인형은 20년 전부터 모은 것들인데 할머니의 취미생활이다.



 부엌 옆 창고는 깔끔한 할머니의 살림솜씨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께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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