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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1] 보약이 되는 정월대보름 밥상2018-03-05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1] 보약이 되는 정월대보름 밥상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1] 보약이 되는 정월대보름 밥상

2 상호마을 김영순 할머니의 요리


마을 안 소문난 음식 고수
요리 재미에 열 식구 밥상 뚝딱
조물조물 재료 고유의 맛 살려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각기 다른 맛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못먹고 못살게 하는 일'이 되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몸과 마음에서 못 버티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완주에 와서 집밥을 챙겨 먹으면서 잊고 지냈던 엄마의 손맛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의 손맛과 엄마의 손맛을 있게 해 준 할머니의 밥상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화산면 상호마을에 사는 김영순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음식솜씨가 좋기로 유명했다. 7남매를 키우신 할머니는 자식들이 어린 시절에는 10명이 넘는 가족들을 삼시세끼 해먹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밥을 해 먹이는 것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밌었다고 하셨다.


“시방은 아무것도 안혀~옛날같이 안 먹응게, 옛날에는 나물을 해도 한 소쿠리씩 해서 먹었는데 시방은 누가 먹는다고 하간.”


몸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할머니의 말씀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쉴새없이 쏟아지는 질문세례를 받으시면서도 5~6가지의 음식을 뚝딱 하셨다. 그릇은 바로 설거지하고, 행주로 계속 주방 곳곳을 닦으시는 모습에 수십년간 몸에 베인 살림 고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고 신나게 숟가락을 들었다. 밥상에서 할머니가 직접 기르지 않은 건 조기와 명태 뿐이었다. 각종 말린 나물과 파, 마늘, 들기름, 된장 모든 양념까지 할머니가 땅에서부터 기르고 보관한 것들이다. 찰밥은 간이 딱 맞고 각종 잡곡이 알맞게 익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찰밥 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밥상이었다. 손으로 주물주물해서 간이 잘 베도록 한 나물은 들어가는 양념은 비슷해도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어 씹을수록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가을 텃밭에서 농사짓고 갈무리하고 말려서 몇 계절이 지난 후 정월대보름이 되서야 상위에 올라온다. 맛의 비결은 그 느린 시간에 있지 않을까?


할머니는 여태까지 ‘고장난 이’하나 없이 지냈다고 하셨다. 할머니께 건강의 비결을 물으니 첫째 밥이 보약이고, 둘째는 마음을 넓게 가지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다. 김영순 할머니의 시어머니가 예순에 곧 돌아가실 것처럼 많이 아프셨는데 할머니의 공양을 받고 점차 건강을 회복하시더니 구순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밥이 그 어떤 명약보다 더 귀한 보약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김영순 할머니의 넓은 마음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정월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삶아 먹으면 여름철 무더위에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보약같은 할머니의 밥을 먹은 우리는 완주에서의 첫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오곡밥 : 잿팥은 한 번 삶아서 건져줘야 좋아 ]





재료 : 찹쌀, 보리, 현미, 잿팥(검은팥), 수수 등 총1kg, 소금(작은 반 숟가락)


1. 잿팥을 물에 불린 후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부어 한 번 우르르 끓인다.
   20분 정도 끓여서 팥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아서 물을 한 번 버리고 걸러 둔다. 
2. 찹쌀, 보리, 현미는 물에 한번 씻어 체어 건져 준비한다.
3. 준비된 재료를 밥솥에 넣고, 물이 재료 위로 찰랑할 정도로 넣은 후
    소금을 넣고 휘이 저어준다.
4. 밥이 되면 뜸을 들인 후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맛있게 먹는다.



[ 시래기 나물 : 고추맛 맵싹한 시래기나물 먹어봤소? ]






1. 마른 시래기를 물에 하룻밤 정도 불린후 삶아 물을 꼭 짠다.
    알맞은 길이로 자른다.  삶은 후 줄기 쪽의 껍질을 벗겨주면 부드럽다.
2. 큰 팬에 들기름을 5큰술을 넣고 기름이 자글자글 해지면
    준비해둔 재료를 넣는다.
3. 소금 반큰술, 다시다 반큰술, 들깨가루 수북히 3큰술, 고추가루 2큰술,
    된장 3큰술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양념을 섞어준다.
4. 물을 자작하게 넣고 뚜껑을 닫고 기다린다.
5. 나물이 보들보들할 정도로 익힌 후, 간마늘 3큰술, 쪽파와 양파 한 움큼을 넣고 나물과 함께 저어준다.
6. 양념이 나물에 쏙쏙 들어가면, 준비된 그릇에 담고 깨소금을 송송 뿌려준다.




[ 나물 볶음 : 기름 들깨가루 깨소금 취향껏 넣어 ]





재료 : 마른 호박고지200g, 마른 토란대 200g, 마른 고사리 200g
양념 : 들기름, 간장소금, 다시다, 들깨가루, 간마늘, 무심한듯 썬 양파,
송송 썬 쪽파, 깨소금 , 후추


1. 마른 토란대와 고사리는 전날 저녁에 불려두고 다음날 아침 삶아서 물을 짠다. 
    알맞은 길이로 자른다. 호박고지는 미리 삶아두지 않고 바로 볶는다.
2. 팬에 들기름 4큰술을 두르고 기름이 자글자글할 때 준비해 둔 재료를 넣는다.
3. 소금 1/2큰술, 다시다 1/2큰술, 들깨가루 3~4큰술을 넣고 뜨거울 때
    손으로 조물조물 양념을 섞어준다.
4. 뚜껑을 닫고 좀 더 끓인다. 이 때 나물에서
    물이 베어나오지 않으면 타지 않도록 물을 적당히 부어준다.
5. 나물이 부드러워질 정도로 익으면, 간마늘 3큰술, 쪽파와 양파 한 움큼을
   넣고 약불에 좀 더 볶아준다. 고사리와 토란은 후추를 넣으면 잡내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6. 양념이 나물에 쏙쏙 배어 들면, 준비된 그릇에 담고 깨소금을 송송 뿌려준다.



/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게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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