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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학교 제1회 졸업식2018-03-05

진달래학교 제1회 졸업식


진달래학교 제1회 졸업식

내 나이 여든,
초등학교 졸업장 땄어야



지난 2월 12일 오전 완주가족교육문화원 2층 강당에서 오카리나의 꾀꼬리 같은 가락이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1층 입구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지던 소리는 계단을 오를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맨 앞 단상에서는 오카리나 공연이, 그 뒷줄에서는 남녀노소가 흐뭇한 미소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뒤편에는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스레 쓴 글씨와 알록달록하게 꾸민 시화가 삽입된 쿠션 그리고 부채, 숄더백 등의 갖가지 상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진달래학교 졸업생들이 졸업식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로 제1회 진달래학교 졸업식 풍경이었다. 하지만 여느 평범한 초등학교 졸업식과는 달랐다. 졸업생 수가 11명이라는 점이 그랬고 그 대상이 평균연령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라는 점 또한 그랬다.


이들은 1년 동안 이서면 정농문해교실에서 한글, 사회, 과학, 수학 등을 공부하고 이날 ‘초등학력 인정 졸업장’을 받았다. 진달래학교는 지난 2017년 전라북도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 인정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배움의 기회가 없던 어르신들이 초등교육 이수에 준하는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낭독한 이점순(79) 어르신은 “여든 가까운 나이에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그때 포기했으면 오늘의 기쁨은 없었을 것”이라며 “연극도 해보고 오카리나도 불고 한글도 배웠다. 전북도청에서 시 낭송도 하고 직접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까지 찍었다.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잠깐잠깐 목소리가 떨렸다. 못 배워 글을 쓰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던 과거의 모습, 농사일하면서도 저녁 7시마다 함께 모여 배움의 의지를 다졌던 순간들, 농협이나 우체국에 가서 자신의 이름을 자신 있게 쓸 수 있게 된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까.


개근상을 받은 졸업생 중 최고령 안옥봉 할머니(81)는 “80이 넘어서 글 배웠는데 너무 좋다. 못 다닐 것 같았는데도 한 번도 안 빠져서 (개근)상도 받았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다 선생님들, 군수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11명의 졸업생 외에도 초등학력 2단계(3~4학년)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1년 과정을 더 거친 후 졸업할 예정이다. 이동순(77) 할머니는 “2013년인가 시작했으니까 한글 공부 한 지 얼마 안 됐다. 내년에는 졸업장 받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할 것”이라며 한글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 1년간 정농문해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정숙 문해 강사는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하다. 다른 분들께 희망을 주고 계신다. 11명이 시작해 11명 모두가 졸업하셨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완주군청 교육아동복지과 최은아 팀장은 “힘든 배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 학력 인정 졸업장까지 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졸업생들의 열정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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