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던 덕녀할매 책 냈네2018-02-05
- 첨부파일
- 꽃으로 여는 아침.jpg
한글 배우던 덕녀할매 책 냈네
한글공부 8년여 만에 작가로 변신
한글모르던 서러움 책으로 풀어내
자신이 가꾼 정원이야기 등
'꽃으로 여는 아침'에 담아
운주면에 사는 양덕녀 할머니의 책 ‘꽃으로 여는 아침’이 나왔다.
운주 진달래학교에서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는 2013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각종 문해교육 백일장 대회에서 수상하고 ‘완두콩’ 마을기자로 활동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 해왔다.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게 된 것은 2010년 대전에서 운주면으로 귀촌한 뒤 마을에 살던 문해교사 김현나 씨를 만나면서이다. 한글을 배우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글자는 그녀에게 약이자 꽃이자 구름이다.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많이 달라졌다. 책이나 간판을 봐도 그렇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글씨도 볼 수 있다. 살면서 몸은 큰 병치레 없이 잘 지냈지만 배우지 못해 마음의 병을 앓았다. 하지만 이젠 마음도 기죽을 것이 없다. 은행가서 이름 쓴다는 것도 그전에는 떨려서 겁이 났었는데 이제는 조금 낫다”고 말했다.
배움을 갈망했던 소녀, 한 지아비의 아내이자 4명의 자식들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였던 그녀는 완주에 정착하면서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이자 글을 쓰고 꽃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됐다. 78세에 뒤늦게 깨우친 한글로 자신의 책을 펴는 작가가 된 것이다.
책에는 할머니가 꽃과 나무 등의 자연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와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해 한글 배우는 이야기, 완두콩 마을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사는 고당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한 이야기, 한글을 배우면서 자연을 노래한 여러 시와 산문, 할머니가 꾸민 정원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실감이 잘 안 난다. 못 배웠는데도 책이 이렇게 나오니 신기할 뿐”이라며 웃었다.
헬렌켈러 곁에 설리반 선생님이 있었다면 양덕녀 할머니의 곁에는 김현나 씨가 있었다. 김 씨는 “이렇게 책이 나올 수 있어 너무 고맙다. 재미도 있다. 등산가들이 높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들을 돕는 셰르파가 있고 베이스캠프가 있다. 저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정(경북대 사회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