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정수정 학생의 '완두콩' 인턴일기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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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정수정 학생의 '완두콩' 인턴일기
밥을 즐겁게 잘 먹고 싶어졌다
전북대학교 행복사업단의 중매로 완두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전북대에서 사회학을 수학 중인 나는 ‘완주’와 ‘그 곳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완두콩에 왔다.
우리의 선조인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일정 시간 후에 사람이 되었듯이, 화성의 대안공동체 산안농장에서 1달간 고생을 한 뒤 사람냄새 나는 인간이 되었다. ‘인간이 되기 이전에’ 나는 나, 나와 함께한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 내가 몸 담고 있는 지역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소명을 다해야 하는 것이 내가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유이자 의무였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불필요하고 일시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산안농장에서 체험을 마칠 즈음 그런 대의나 목표는 나의 삶을 살리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니 내 주위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물들었다. 비로소 인간이 된 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 즈음 완두콩을 만났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싣는다.’ 그 모토가 나를 사로잡았다. 한 번은 잠깐 놀러왔고 한 번은 마을 취재를 다녀왔다.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변화는 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밥을 즐겁게 잘 먹고 싶어졌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음식을 위로 집어넣던 내가 밥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첫 취재였던 다자미 마을에 가서는 10분 정도 인터뷰를 하다 말고 옹기종기 둘러 앉아 밥부터 먹었다. 어색함 속 따뜻함이 느껴졌다. 또, 그 마을에서 두 번째로 만난 어머니의 첫마디는 “밥 먹었니? 다 묵고 살자고 하는 긴데 밥을 잘 무야돼”였다. “밥 먹고 왔니?” 완두콩 식구들부터 시작해서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밥은 삶의 근원이다. 물적 에너지 제공이라는 기본적 기능을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 기능을 한다.
밥은 인간관계를 넘어 사회 구조와도 연관된다. 어디서 또 어떻게 생산된 밥을 먹을 것인가?
자연의 노래와 농부의 정성이 어우러졌는가? 아니면 다량 공급만을 위해 어두운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생산으로 인한 결과물인가? 또, 어떤 유통과정을 거쳤는가? 완주에서 로컬푸드를 처음 접했다. 로컬푸드 식재료를 먹으면서 소비자인 나와 생산자인 농부의 건강한 관계, 그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맛 좋은 풍미를 느낀다.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밥은 몇 천 몇 만 원의 교환가치와 그것의 물적 가치인 사용가치만이 포함된다. 그러나 흔히 먹는 밥에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밥 속에 들어있는 생명력을 깨닫게 되는 ‘미적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된 수정이는 밥을 통해 완주와 그 곳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는 이제 ‘어떤’ 사람이 되어갈까?
/이 기사는 전북대행복사업단 현장실습 과정 중인 정수정(경북대 사회학과 3학년)씨가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