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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숙녀회 여성생활기술워크숍 현장2017-11-06

완주 숙녀회 여성생활기술워크숍 현장

완주 숙녀회 여성생활기술워크숍 현장

내 친구의 시골집을 직접 고쳐봅시다!




지난 1028일 토요일 오전 고산면의 한 시골집. 아침부터 꺄르르하는 웃음소리와 환호, 때로는 드릴소리가 한 데 뒤섞여 울려 퍼진다. ‘내 친구의 시골집을 고쳐보고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 특이한 점은 강사인 목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완숙회가 여성생활기술워크숍. '내 친구의 시골집 고쳐보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실습을 진행했다.




이날 워크숍은 완주에 사는 숙녀들의 모임 완주숙녀회(이하 완숙회)’가 여성을 대상으로 연 여성생활기술워크숍으로 1(1013~15), 2(1027~29)로 진행됐다. 1차 워크숍은 11, 2차는 10명이 신청했는데 이중 2명은 1,2차 워크숍에 모두 참가한 열혈 수강생이다.


이번 워크숍은 잘 몰라서, 혹은 혼자라서 엄두내지 못했던 집안 손보기를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참가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실습장으로는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의 커뮤니티 부엌 모여라 땡땡땡과 고산면 원산마을에 위치한 친구네 시골집이 선정됐다.

 


뜯어진 방충망을 고쳐보자

친구네 시골집은 덜렁거리는 경첩, 구멍 난 방충망, 물이 새는 화장실 세면대, 고장 난 전등, 창문 등 손볼 곳이 많았다.


첫 번째 실습은 방충망 고치기였다. 방충망은 예민하고 또 예민하다. 자칫하다 구멍이 나거나 뜯어지기 일쑤. 실제 시공현장에서도 방충망은 가장 먼저 안전한 곳에 다룬다고 한다. 시골집 방충망 역시 한 없이 약하다. 여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모기와 각종 날벌레들이 집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방충망 실습에 김효정(40·전주)씨는 환호하며 주택에 살고 있는데 고양이가 방충망을 다 고장냈다. 방충망 실습이 오늘 워크숍에 참여한 주된 목적이라면서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집수리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우리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호모 파베르. 워크숍을 통해 얻은 팁을 공유하자면, 시중에는 이미 방충망 롤러라는 편리한 도구가 있다. 넉넉잡아도 5천원 이내의 예산으로 방충망 롤러를 구입할 수 있다.


롤러가 없으면 젓가락으로 해도 되나요? 알뜰주걱으로 해도 될 거 같은데(웃음).”


롤러를 이용해 방충망에 길을 내서 끼우면 방충망이 당겨지면서 틈으로 들어간다. 자투리가 나올 경우 가정용 가위로 잘라내면 된다.


워크숍 강사 곽기준(52·봉동읍) 목수는 물을 묻힌 상태보다 마른 상태에서 먼지를 털어낸 후 세재를 이용해 청소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노하우를 전하며 남녀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실습 내용들은 누구라도 배워놓으면 유용한 기술들이라고 말했다.


물이 새는 화장실 세면대 고치기에 도전하는 참가자들.



문제적 공간, 화장실

집안으로 진입한 참가자들이 하나둘 양말을 벗는다. 맨발로 화장실에 들어가 물이 새는 세면대를 요리조리 살핀다. 곽 강사는 “s자형의 수도관은 물이 차 있어 악취를 방지한다. 수도관이 막히면 약품을 쓸 것이 아니라 수도관을 분리해 찌꺼기를 빼내면 된다며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몽키스패너를 이용해 세면대를 분리한다.


세상에, 이게 떨어져요? 전혀 복잡하지 않네. 속은 기분이에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세면대를 분리해 수도관을 눈으로 확인하고 구조를 먼저 익히니 이해가 훨씬 쉽다. 세면대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실리콘도 제거한다. 소에서는 실리콘 필러라는 이름으로 제거제도 팔고 있지만 칼날을 밀착해 밀어내니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러한 소소한 기술에도 참가자들은 환호한다.


다음으로는 나사가 빠진 경첩 손보기. 참가자들의 요청으로 선반 역시 과감히 떼어 마루에 두고 작업을 한다. 경첩을 교체하는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구입해 온 경첩의 규격이 맞지 않았고, 나사까지 잃어버리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곽 강사는 당황하지 않고 구멍에 적당한 나무막대기를 꽂아 넣으면 크기가 맞지 않는 나사라도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제시해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톱질도 거뜬히 해낸다.




곧 남원의 시골집으로 내려가 공방을 차릴 예정인 조회은(39·성남)씨는 특히 눈을 빛내며 실습에 참여했다. 회은씨는 손힘이 부족해 고치는데 고생은 하겠지만 해 볼만 하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사라졌다면서 생활기술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완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 워크숍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다며 웃었다.





■워크숍 뒷얘기 

남녀가 함께하는 워크숍의 경우 대부분 남자들 위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여성들에게는 선심 쓰듯 한 번 해보세요하고 주어지는 기회가 보통인데 비해 여성생활기술워크숍은 다르다. 참가자들은 뭐라도 도우며 서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전등에 불이 들어온 순간 모두가 한 마음으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실제로 배운 기술을 행하며 보람을 느낀다. 집수리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생활기술워크숍을 기획한 완숙회 이지정(34·봉동)씨는 신청한 사람들 모두 생활기술을 배우고자하는 욕구가 크다. 여성들만 모이니 다른 모임보다 좀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면서 일정을 쫓고, 속도와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더디더라도 원리부터 익혔으면 한다. 다함께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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