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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이의 청년일기-9] 너멍굴 내각 구성2017-06-07

[남현이의 청년일기-9] 너멍굴 내각 구성

너멍굴 내각 구성

남현이의 청년일기9



이 작은 골짜기를 가꾸는 것에도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다. 골짜기의 새 주인 진씨는 많은 인재들을 영입하여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였다. 그들은 출신종자도 들어오게 된 경위도 달랐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너멍굴 번영에 이바지 할 것을 다짐하였다.


너멍굴의 신임총리는 급하게 선임되어야 했다. 전임 총리로 재임하였던 명견 밭거름께서 지병이었던 피부병 악화로 운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천적이라 일컬어지는 닭들과도 우애롭게 지냈었다. 밭거름의 그 자애로움은 골짜기 모든 견공가문에게 귀감이 되었고, 신임총리 인준에 아주 중요한 검증 요소로 자리매김 했다.


신임 총리 후보로 거론되어진 똥개의 후손, 논두렁은 어린 나이에도 인간에 대한 친화력과 닭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검증 도중 1달 전, 의문의 닭 살해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는 지금껏 닭을 사랑하는 척 위장하고 이 곳 너멍굴로 전입한 것이 아니냐는 닭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낮에는 개줄에 매어있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가까스로 청문회를 통과 할 수 있었다.


국방부 장관에는 청계수컷인 가물가물씨가 내정되었다. 사실 그가 너멍굴에서 묵었던 날은 하루에 불과하였다. 그의 임무는 방목된 닭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는 너멍굴에 오자마자 보고도 하지 않고 산으로 도주하였다. 그는 그것이 너멍굴의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 말했다. 그러나 골민의 동의 없는 그의 도주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기실 그는 골짜기에서 가장 수려한 깃털과 서구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청계 고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도망 후 그의 얼굴은 골민들 사이에서 잊혀졌고, 청계 고리온이라는 이름도 강등되어 가물가물씨로 개명되었다.


도망친 청계 수컷 가물가물을 제외하고도 너멍굴에는 닭이 많다. 그 중에 으뜸은 당연 백봉 오골계 부부인 백이와 숙제이다. 그들은 너멍굴 양계산업의 역군으로 화산에서 남편인 백이가 외율마을 골짜기에서 부인인 숙제가 넘어왔다. 이들 부부는 너멍굴을 오골계의 골짜기로 만들기로 약속하였으나, 처음 왔을 때부터 낫을 가리더니 급기야 너멍굴 골통령 진씨를 무서워하고 도망다니기에 이르렀다. 진씨는 전제군주적 면모를 가진지라 소통과 복종이 미덕인 골짜기의 덕행을 따르지 않는다하여 백이와 숙제를 오리막사로 귀양 보내고 하루에 물 한모금과 풀 한줌으로 교화시키는 형벌에 처하였다.


지금은 부쩍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아니하는 백이에게 너멍굴은 산업부장관이라는 중책을 맡기었다. 그는 매일 7시 경에 가래낀 목청을 돋우는데, 그 목소리는 아침 휴식시간을 알려주는 소리가 되어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


부인인 숙제는 너멍굴 이주 한달 후부터 알을 품기 시작하였는데 그 수가 무려 10여개에 이르렀다. 그녀의 알을 품는 덕행과 당당한 태도가 널리 알려지자 너멍굴 진씨는 그녀를 여성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너멍 골짜기는 교육사업에도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라나는 후손을 위해 자그마한 닭장을 신설하고, 그 이름을 너멍굴 초등학교라 하였다. 첫 입학생들은 청계 병아리 5마리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골짜기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한 뒤, 논두렁 방목장이 완공되면 방목장에서 첫 사회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골짜기다운 골짜기를 너멍굴 경륜의 모토로 삼은 진씨는 오늘도 너멍굴 번영을 위해 부족한 내각을 준비 중이다. 그가 너멍굴 내각을 조속히 꾸려 골짜기의 번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골민의 적극적 지지를 바랄 뿐이다.



/진남현(2016년 완주로 귀농한 청년. 고산에서 여섯 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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