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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피는 정농마을] 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2017-05-01

[배꽃 피는 정농마을] 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

정농1마을 경로회관 한글교실



형님, 이거 어째 쓰라고?”

요거슨 요기다 쓰고 내려가면서 쓰면 돼야.”


금요일 저녁 7시가 채 안된 시간, 정농1마을 경로회관에 초록색 가방을 손에 든 학생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주인공은 평균나이 70세가 넘은 마을의 할머니들.


회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곧바로 책상에 앉아 이내 집중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바로 매주 월··금 저녁 7시에 시작하는 문해교실이 열리는 날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할머니 학생들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한글 삼매경에 빠졌다. 날씨가 풀려 농사일로 새벽부터 바쁘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학생들은 저녁밥도 거르고 수업에 나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업시작 전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열혈학생들



주선자(74) 할머니도 그 중 하나. 선자 할머니는 농번기에는 바쁘다보니 해가 질 때까지 일한다. 집에 가서 할아버지 먹을 밥만 차려주고는 공부하러 부리나케 달려온다고 말했다.


생각한대로 손이 안 움직여 주니 답답할 때도 많다. 자꾸 까먹는데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며 웃음 섞인 투정을 뱉기도 한다.


이명옥(76) 할머니는 손이 떨려서 글자를 잘 못쓰겠다. 요새는 한글뿐 아니라 알파벳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특히 정농1마을 진달래학교는 올해부터 초등학력인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입학한 학생들이 내년까지 교육을 이수하면 2월 졸업식 때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우리는 어릴 때 못 배운 사람들이다. 학교를 다니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사람들인데 한글도 배우고 초등학교 졸업장도 딴다고 하니 좋다고 말했다.


이정숙 문해교사는 어머니들 열정이 대단하시다. 농번기에는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하곤 하는데 졸리는 눈꺼풀을 비벼가면서 공부를 하신다정농마을은 거의 이북에서 오신 분들이다 보니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이시다. 제가 오히려 어머니들께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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