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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읽는 세상 3] 시조로 시인되기 2017-05-01

[시조로 읽는 세상 3] 시조로 시인되기

시조로 시인되기

 

들판에 봄꽃들이

진계 안우진-

 

들판에 봄꽃들이 피었다 시들더니

선거판엔 인물들이 나왔다 스러지네

된놈을 뽑아야는디 난놈들만 설치네

 

수많은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지고 매년 여름이 성급하게 찾아오는 상황과 보궐선거로 조기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상황을 연결시켜서 노래해 보았습니다.

 

시조의 소재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습니다. 조선시대 가객들이 노래했던 분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떤 상황이든 어떤 감정이든 초장·중장·종장에 글자수를 맞추어 문장을 만들다 보면 저절로 운율이 생기고 노래가 됩니다. 어떤 이는 나무와 꽃을 노래하고 어떤 이는 임금을 그리워하며 마음을 달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탐관오리들의 학정을 비판하는 풍자시와 시조를 지어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남녀간의 내밀한 이야기들도 서슴지 않고 노래하였습니다. 초야에 묻혀서 자연과 하나되는 경이감을 노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우리들의 일상이 모두 시조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멋진 경치를 보거나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을 만나게 되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이 우리의 안목을 사로잡을 때는 자연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때입니다. 아니 자연은 늘 우리 곁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겠지요.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서면 들꽃의 외침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외침은 소리로 들리지 않고 마음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울려 퍼지는 노래들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거나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은 늘 교감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서 나뭇잎을 손으로 만지고 풀과 들꽃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도 역시 자연의 품속에서는 저절로 교감을 하게 됩니다.

 

자연의 품속에 살면서 자연의 일부가 된 농부들 역시 노래를 좋아합니다. 힘든 일을 하는 동안 콧노래를 하거나 남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단순하고 힘든 일을 하는 동안 시름을 달래고 싶기도 하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일과 자연에 부여하기도 합니다. 직업도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지만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유사한 것을 보면 자연이 우리에게 같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약천 남구만 -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아침이 밝았는데 아직 미동을 보이지 않는 머슴을 깨우는 방법도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머슴들이 자고 있는 방앞에서 노래하지는 않았겠지만, 고함을 질러서 깨울 수도 있는 상황인데, 시조로 상황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한 호흡 길게 가져가며 운치있게 사람을 다루는 약천선생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계셨을 것 같습니다.

 

농사철이라 많이 바쁘실 테지만, 논밭에 파종하는 것 역시 자연과 몸으로 대화하는 것이니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시면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시기 바랍니다. 머리속에 3612음보로 된 악보를 떠올리시면서 시조도 한 수 써보시기를 기대합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을 달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여러분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은 건강에 더더욱 좋습니다. 여러분 속에 있는 아프고 힘든 일들이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은 두고두고 되뇌이며 기뻐할 수 있는 노래들로 나올 것입니다. 우리 시조가 여러분을 시인으로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도전해 보세요.

 

○○○ ○○○○ ○○○ ○○○○ 

3 4 3 4

맘에든 후보들을 제각기 찍었지만

 

○○○ ○○○○ ○○○ ○○○○

3 4 3 4

모두가 뽑은거니 박수를 보냅시다  

 

○○○ ○○○○○ ○○○○ ○○○

3 5 4 3

     한민족 하나가 되면 새 역사를 이루리

 

시조가 완성된 분들은 이메일(hansoul1@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이 지면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내주시는 시조들을 모아서 완주군민 시조집을 출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명륙 안우진(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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