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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일기 4] 함께 맞는 비 2017-05-01

[숟가락 일기 4] 함께 맞는 비

함께 맞는 비

 

주루룩 주루룩 비가 내리는 날은 왠지 울적하고 무기력하고 치익치익 기름에 부쳐진 부침개가 먹고 싶은 날. 아이의 우비와 장화, 우산과 여벌옷을 챙겨 숟가락으로 향한다. 밑으로 쳐진 엄마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는 내리는 비와 지붕 끝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고인 웅덩이를 보고 달려나간다. 슬쩍 엄마의 표정을 살피더니 엄마의 작은 미소에 곧바로 물 웅덩이로 몸을 던진다. "첨벙! 첨벙!" 이내 아이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밝게 웃는다. 성취감과 행복함에 가득 찬 표정이다. 그 표정은 곧 엄마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 엄마의 울적했던 세상을 순식간에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으로 바꿔놓는다. 그렇게 엄마는 오늘도 아이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함께 모인 친구들과 고인 웅덩이에서 나뭇가지로 나뭇잎을 건지며 낚시 놀이를 하고 즐거움에 취해 젖은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옆에 계신 모모 선생님도 덩달아 누워버리신다.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내리는 비를 느낀다. 엄마는 생각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비가 주는 사랑을 먹고있구나.'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내 안의 어린아이도 빼꼼 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천진난만하고 아무걱정 없는 밝고 생명력 가득한 사랑스러운 아이.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만 익숙해져있는 엄마에게 숟가락 아이들은 잊었던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엄마들은 오늘도 아이들의 사랑을 먹고 힘을 받는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고마워. 너희들에게 행복하고 따뜻했던 어린시절을 선물해주고 싶어 이 곳에 왔는데 받는 것이 더 많구나. 너희들이 내뿜는 사랑스러운 순수함에 기쁨과 평화가 찾아왔어. 이 힘으로 다시 너희들을 사랑으로 품어줄게.'

 

그렇게 오늘도 엄마와 아이들은 서로의 사랑에 힘을 받고 아낌없이 내어준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故 신영복 선생님 말씀 중에서

 

 

 

/숟가락 하니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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