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완주군여성단체협-비사모, 이색음식봉사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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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냄새가 좋네. 이게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여?”
“처음 먹어보는 베트남 음식인데 내 입맛에 딱이네.”
1일 저녁식사를 앞둔 비봉면 원이전마을 경로회관이 떠들썩하다. 베트남 다문화이주여성들이 준비한 베트남 쌀국수가 이날 마을 어르신들의 저녁식사 메뉴. 늘 먹던 잔치국수하고 조금은 다른 형태의 국수에 할머니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쌀국수를 먹기 전 음식을 준비한 베트남 여성이 “저처럼 레몬을 짜서 먹으면 국물이 더 시원해져요. 고수는 드실 수 있으신 분만 넣으시고 취향에 따라 핫소스를 뿌려 드시면 더 맛있어요”라며 먹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원이전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든 쌀국수는 완주군여성단체협의회와 비사모(비봉을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가 함께 하는 ‘비봉인아시아 이색음식봉사’ 활동의 일환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완주지역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문화여성들이 직접 자국 음식을 요리해 마을 어르신 및 아이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음식을 통해 서로간의 문화적 차이를 줄이고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인 것이다.
베트남 다문화여성이 자국의 음식인 베트남 쌀국수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이날 준비된 쌀국수는 다문화이주여성 딘티투(29·베트남)씨가 한껏 솜씨를 부렸다. 전날 소뼈를 1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에 소고기, 파, 부추, 양파, 고추 등을 넣어 베트남 현지의 느낌을 듬뿍 담았다.
딘티투씨는 “원래 요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집에서는 베트남 요리를 잘 안하게 된다. 이런 기회가 있으니 오랜만에 베트남 요리도 하는 것 같다”며 “준비하고 요리하는 게 간단하진 않지만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 베트남 음식을 드신 할머니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한 그릇을 다 비우신 서귀여(88) 할머니는 “고기가 들어가고 면이 납작납작해서 내가 만든 잔치국수보다 훨씬 맛있다. 내 입맛에 딱 맞다”며 “베트남 음식은 처음인데 이제 어디 가서 베트남 음식 먹어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옥수(75)할머니도 “베트남은 안 가봤는데 이 국수 먹으니까 베트남 안가도 될 거 같다”며 웃었다.
완주군여성단체협과 비사모(비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색음식봉사를 오는 12월까지 펼친다.
이 뿐 아니다. 이 마을에 사는 다문화여성이 다른 마을의 다문화여성과 교류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파이소캉(33·캄보디아)씨는 “베트남 쌀국수는 캄보디아 쌀국수하고도 다른 맛인 것 같다. 우리는 미나리 같은 ‘찌’라는 채소를 넣어 먹고, 생선을 기반으로 한 육수를 내는데 베트남 쌀국수는 고기 육수다 보니 맛이 다르다”며 “다른 마을에 있는 외국인 친구를 보니 반갑다”고 웃었다.
앞으로 완주군여성단체협의회는 오는 12월까지 ‘비봉인아시아 이색음식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웃들을 만날 예정이다.
안춘자 완주군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어르신들이 외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시고 오히려 호기심에 좋아하신다. 입맛에 맞도록 한국 재료를 넣어 음식을 내놓다보니 더 부담 없이 드시는 것 같다”며 “이 활동을 통해 다문화여성들과의 문화적 차이도 줄이고 색다른 음식을 드시는 계기가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