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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솜 우핑여행기] 소박한 풍요를 공유하는 마을에서 <5>2016-06-08

[김다솜 우핑여행기] 소박한 풍요를 공유하는 마을에서 <5>

소박한 풍요를 공유하는 마을에서

 

이곳 깊은 숲 속에서는

이 숲 속의 허름한 집은 많은 것이 없다.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 세탁기, 가스레인지 역시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250와트 작은 태양열 판넬이 있고, 이 판넬로는 핸드폰을 충전하거나 해가 밝게 뜨는 날엔 앰프에 기타를 꽃아 놀기도 한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물을 가득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날이 따뜻할 때면 나무꾼도 없는 강에서 몸을 씻기도 한다. 바깥 야외 주방엔 커다란 태양열 오븐도 있다. 마당 곳곳이 주방이고 테이블이 된다. 대부분의 날들은 큰 계획 없이 그저 함께 밥을 지어 먹거나 그때그때 필요한 작은 노동을 하고 차를 마시고 이웃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밥을 지어 먹는 다는 것

오늘도 역시 늦은 잠을 자고선 이웃네에 있는 귤 농장으로가 달콤한 귤과 오렌지를 한 바구니따서 집으로 가지고 간다. 어떤 이웃의 귤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이 귤을 얻는 대신에 가끔은 농장의 일을 돕는다고 한다. 오후엔 집 앞 마당의 페이트칠을 하기로 했다. 한 시간도 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도 역시나 점심을 준비하려 분주하다. 오늘은 날이 밝으니 밖에서 직접 불을 피워 밀전병을 부쳐먹기로 한다. 계란이 있으면 좋으니 돌다리가 없는 얇은 강을 건너가 닭을 기르는 이웃집으로 가서 계란을 얻어왔다. 밀전병과 각종 채소와 과일들로 상을 차린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하려니 정시에 음식을 준비해도 식사의 마무리는 오후 세시를 넘기곤 한다. 이곳은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웃들의 품, 자신들의 품, 자연이 주는 땔감과 날씨 등의 도움들이 필요하다.

 

하루를 풍요롭게 보낸다는 것

다시 페인트칠을 하려 붓을 들었더니 저 멀리서 초록색 점프수트를 입은 마치 인디언 같은 모습의 아저씨가 다가온다. 그의 이름은 리카도알고 보니 이 산 속을 산불을 예방하는 소방관 이라고 한다. 입으로 소리를 내며 시간을 보내고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 광경이 신기하니 일러준 대로 목소리로 화음을 만드니 이보다 멋진 음악이 없다. 이 집 주인의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한다.

한편 아이들은 어떤 놀이기구 없이 집 앞 마당과 숲속을 돌아다니며 불을 지피며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곳곳에 열심히 불을 피워두었으니 그 불로 감자를 익혀 먹기로 한다. 그새 깊은 산 속에 무수한 별들이 쏟아진다.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밤을 보낸다.

이 곳 마을에선 그 누구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이웃이 놀러와 기타를 들면 하던일을 멈추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식사를 차려야 할 때면 계란을 얻으러 강을 건너가는. 그 어떤 것도 계획되어 있지 않지만 그들의 소박하고 여유로운 질서가 문화인 평화로운 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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