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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에세이] 고백록2016-02-11

[소녀의 에세이] 고백록

밤이 되면 빛이 있을 때는 들리지 않던 도랑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어두컴컴한 밤에 산책을 나서는 건 두려운 일. 가로등은 저 멀리에 있다. 눈앞에 구불거리는 길만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고 모든 게 어둠속에 갇혀있다. 그럼에도 논밭 사이 난 길을 걸어 다닐 때면 온 우주가 날 휘감아 함께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음과 돌아오는 길엔 길가의 풀과 나무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전의 밤 또한 그러하였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지만 그날만큼은 글감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롯이 어떤 하나에 관하여 곱씹어 보고 음미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오전 중에 난 도서관에 가서는 ‘함양과 체찰’이라는 책을 빌려 왔다.‘퇴계’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단어‘체찰’, 현재와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 말 때문이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체찰을 말 그대로 풀이하면 몸으로 ‘살피다’라는 뜻으로 내게 좀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체화하여야한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퇴계 이황을 만나게 되어 아주 기쁠 뿐이다. 


조선 최고의 지성이자 평생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였으며 또한 공부에 대해 일생을 공부하고 고민했던 대 선비라 불리어진다. 그런 분의 공부 론을 접하면서 내 마음 속 스승은 퇴계 이황으로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책을 머리맡에 둔 채 읽기를 반복하여도 내용의 귀함이 조금도 닳음 없이 전해져 평생을 곁에 두기로 마음먹었고 진정 내게 체화된다면 그 내용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로 하였다. 따라서 이 글에는 그 내용은 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체찰, 체화를 소재로 한 나의 고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체찰은 몸으로 직접 살피는, 행하는 일로 ‘마음이 이미 펼쳐져 욕심에 빠지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사람의 욕심을 제거하는 공부’라는 뜻을 갖고 있다. 내면화가 되어야 행동으로 나올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어야만 진정으로 앎을 이룬 것이라는 말을 많이 접해왔다.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것 또한 공부의 일부인 것으로 그만큼 머리에서 입으로, 손과 발로 가기까지가 힘들다는 것 또한 배웠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내가 아는 것과 믿는 것들을 실행에 옮겼는가.’를 생각해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과거 나는 이치와 도리에 맞지 않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저들은 왜 그럴까’하며 끊임없이 가치판단이라는 걸 하였다. 그리곤 좌절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다만 화가 났을 뿐이다.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나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뜻만을 공고히 키워갔다. 실행과는 거리가 멀어진 채로 생각만 하며 살아갔고 그래서인지 많이 흔들리기도 하였다.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새로운 사람들과 따뜻한 분위기속에서 나의 말을 하게 되었고 생각을 드러내게 되었다. 사람들과 마주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다보니 여러 상황에서 드러나는 나의 마음과 행동을 마주하는 기회 또한 늘어났다. 나의 가치관, 신념을 내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가치관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애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밝은 표정을 지닌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가치만 추구하다보면 따뜻함을 잃게 된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모두에게 한 말이었지만 내게는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 머릿속으로 가치만을 추구하며 산 것이란 걸 깨닫게 해주는 한마디가 되었다. 그 말을 듣기 전에 전혀 알지 못하였다. 부끄럽지만 나의 글로, 함양도 중요하지만 체찰 또한 더욱 중요하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몸으로 살피는 동안 진정한 앎과 함께 또 다른 가치의 발견이, 사랑이 찾아 올 거라 예측해본다.

 

/송채인(풀무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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