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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졸업하는 운주초등학교 졸업식 2016-02-11

9명 졸업하는 운주초등학교 졸업식

운주초와의 인연의 시작 ‘체험 활동’

2015년 지인 소개로 운주초등학교와 인연을 맺고 체험 활동을 시작했다. 수확, 만들기, 레져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에 한번 이상 아이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친한 이웃들의 자녀인 학생들에게 ‘이모’라는 호칭으로 불리웠지만, 여러 번 보고나니 자연스레 ‘선생님’이란 호칭이 아이들에 입에서 나왔고 나 역시 익숙해졌다.


처음 체험 활동을 시작할 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신 박대원 선생님께서 “이런 저런 체험을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을 하셨고, 나는 “능력은 없지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믿어주셨고 나 역시 많은 노력을 했다.


체험이 있고 선생님을 뵐 때마다 보안해야 할 점과 부족했던 점을 서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잘한 점, 특별한 점들을 칭찬받으면서 1년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그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방학 기간 중 운주초등학교를 졸업한 남편과 뜻 깊은 일을 하러 학교를 찾았다. 남편 역시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가는 거라고 했다. 왠지 설레기도 한다면서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51회 졸업생들이 모인 친우회에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남편이 속한 51회 졸업생들이 하는 모임 이름은 ‘친우회’다. 그 모임을 사십 중반이 될 때까지 1년에 2차례씩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운주초를 졸업한 그 선배들은 모임을 하면서 모아놓은 자금을 운주초에 1년에 한번씩이라도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교장선생님과 학교선생님들을 뵙고 의논하게 됐다.


서승완 교장 선생님께서도 “체험활동으로 아이들이 활기가 있고 완창정보화마을이 있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하셨다.


내친김에 자매결연까지 성사 되었다. 묵묵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운주초등학교와 운주면 완창마을은 자매결연을 맺었다.

 

9명이 졸업하는 운주초의 졸업식


졸업식 날, 학교를 갔을 때는 학생 한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귓가에는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내 ‘선생님’ 하면서 달려 올 것만 같았고 와락 끌어안아 줄 것만 같았다.


교무실에 갔을 때 졸업앨범이 하나 있었다. 다른 학교의 그것과는 다른 특별한 앨범이었다. 전교생 44명 중 올해 졸업하는 9명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앨범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이젠 못 본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다른 초등학교 앨범과는 사뭇 다른 2015 운주초등학교 졸업앨범.


6학년 중 덩치가 가장 크고 항상 선생님을 따라 뒷정리를 도맡아하던 허윤이. 옆집에 살지만 조용한 준형이. 장난끼가 가득한 호수. 보기보단 야무진 선영이. 매번 잘 다치는 후엽이. 여자에게도 배려심이 깊고 섬세해서 내가 점찍은 예비사위 영찬이. 이해심이 많은 아빠 딸 가은이. 공부도 잘하고 말수도 적은 수진이. 멋을 아는 여장부 설아. 그리고 삼남매 장녀 유정이. 모두 그리울 것이다. 앨범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눈물을 지으니 선생님들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남 같지 않은 우리 아이들. 그나저나 큰일이다. 졸업식 때 장학금 전달하러 가면 펑펑 울 것 같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만들어 주지 못한 미안함도 역시 크다. 남아있는, 그리고 새로 들어올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리라 다짐한다.

 

 

* 운주초 졸업생들의 한마디 *

김선영: 친구들하고 헤어지니 섭섭해요. 중학교 가서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김유정: 중국어는 1~2급 자격증을 갖고 있어요. 중학교 가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외국어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박수진: 초콜릿 만들기를 좋아해요. 몇 번 만들어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초콜릿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요.


백영찬: 쉐프가 되는 게 꿈이에요. 중학교 때는 전문학원을 다니고 배우면서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송준영: 초등학교 때 너무 열심히 한 거 같아요. 중학교 올라가면 좀 쉴래요.(웃음)


유설아: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중학교 언니들에게 틈틈이 배우고 있어요. 중학생이 되면 드럼을 마스터하고 싶어요.


이가은: 중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이후엽: 졸업생 중에서 제가 키가 두 번째로 작아요. 중학교에 올라가면 밥도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키가 쑥쑥크게 하고 싶어요.


조호수: 공부도 열심히 할거구요. 놀기도 열심히 할 겁니다.

허윤: 중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는 외지로 나가는 것이 목표에요.

 

/이현주 마을기자(운주 완창마을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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