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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동 사람들] 양갑례 할머니와 일본인 사위 2015-10-06

[만수동 사람들] 양갑례 할머니와 일본인 사위

딸 화자씨가 사다준 새 신발을 신고 카메라 앞에 앉은 양갑례 할머니. 딸과 일본인 사위와 함께여서 올해 가을도 따뜻하다.

 

 

대화가 안 돼도 30년 눈치코치로 다 통해

딸 부부 결혼직후부터 해마다 일본서 찾아와

장모가 '여어'하면 사위는 '오카상'하고 회답

 

 

구순 둘 양갑례 할머니는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하지만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말씀을 참 잘 하신다. 웃음이 많고, 부지런하시다. 양 할머니 댁을 지나칠라하면, 집 앞 작은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호박은 괜찮은지 고추는 괜찮은지 살뜰히 챙기는 할머니를 볼 수 있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할머니 댁에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 딸과 사위가 찾아온다. 저 멀리 일본 오사카에서 오는 반가운 식구다. 넷째 딸 임화자(57.여)씨와 사위 가츠다 히로미쯔(67)씨 부부가 그들이다.


딸 화자씨가 일본 땅으로 건너간 것은 그녀 나이 29살. 공부와 일을 하기 위해서였고, 그곳에서 지금 남편을 만났다. 그야말로 물 건너, 산 넘어 오는 먼 거리인데, 이들은 결혼 직후부터 매년 시골의 엄마를 찾아왔다.

 

▲ 양갑례 할머니가 '애기 돌보듯' 가꾸는 작은 텃밭

 


만수동에서 75년간 살아온 양 할머니와 도시에서만 생활한 일본인 사위.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둘 사이에는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가 돌았으리라.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둘이 있으면 벙어리맹키로 암말도 못했어. 지금도 대화는 못혀. 근데 옛날보다는 좀 나아졌지.”(양 할머니)


장모가 사위를 부를 땐 한국말로 ‘사위’ 혹은 ‘여어’라고 부르고, 사위는 장모를 ‘오카상(일본말로 어머니)’이라 부른다. 이렇게 지내온 지 30여 년. 이제는 눈치코치로 다 통한다.

“엄마가 밥상을 차려놓고 ‘밥 먹어’하면 이제는 남편이 눈치로 알아차린다. 남편이 한국만 오면 내가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엄마와 남편 사이에서 통역하랴, 내 말 전하랴 하루 종일 말 하느라 바쁘다.”(딸 화자씨)


도시에서 자란 히로미쯔씨는 이 만수동의 시골 풍경이 좋다. 요새는 떨어진 밤을 주우러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목이 마르면 감나무에서 홍시 하나 따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매우 좋은 동네다. 시골생활이 처음이라 재미있다. 역시 나이를 먹으면 이런 공기 좋고 산이 있는 환경이 좋은 거 같다.”(사위 히로미쯔 씨)


딸 화자씨가 사다준 새신발이 아깝다고 찢어진 헌 신발을 꿰매 쓰는 양 할머니.

사위와 딸과 함께 찍는 사진이 설레는지 카메라 앞에 선 할머니의 발에 새신발이 신겨져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딸 내외가 여그 집에 오면 좋지. 한 두 달 묶다 가버리면 허전하긴 해. 그래도 오면 좋아. 내 딸이랑 사위잖어. 좋아.”

 

▲ 구순둘 양갑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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