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장려상 변이순 할머니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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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순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말로는 못하는 쑥스러운 진심을 글로 쓸 수 있어 좋다”
전국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장려상 변이순 씨
풋풋한 신혼 시절 남편과의 연애편지는 생각도 못했다. 쑥스러웠고, 처녀 때 배운 한글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다. 풋풋한 새댁에서 이제는 여러 명의 손주를 둔 변이순 씨(74, 소양면 신교마을).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편지를 썼고, 그 진심이 담긴 편지로 (사)한국문해교육협회가 주최・주관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하는 전국 단위 행사인 11회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변 씨는 “마을로 찾아오는 어울문해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글 교육을 3년째 받고 있다. 잘 쓰지도 못하는데 상을 준다고 하니 부끄럽다”고 웃었다.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변 씨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그가 유독 어려워하는 ‘겹받침’은 집중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수업을 듣고 뒤 돌아서면 까먹어 버린다. 노래 가사를 쓰면서 연습도 하고 단어를 가지고 짧은 문장을 만드는 연습도 한다”며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소개했다.
변 씨가 한글 공부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편지의 주인공인 ‘남편’에게 있다.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할 수 있는 데까지 배워 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수업에 가는 아내에게 ‘열심히 하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변 씨는 “우리 아저씨는 내 편지를 받고는 웃더라. 답장 대신 말로 편지에 대한 답을 해줬다”고 말했다.
꽃을 좋아하는 변이순 씨.
자음 ‘ㄱ, ㄴ’을 읽고 쓰는 것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한 변 씨는 이제 편지 쓰는 것은 물론 가끔 시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작가가 되어 보기도 한다.
그는 “한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글씨를 쓰면 줄이 삐뚤빼뚤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어졌다”며 “자녀들한테도 편지를 써서 보내봤더니 ‘이러다 엄마가 문장가가 되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더라”면서 웃었다.
변 씨는 이어 “글은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는 거 같다.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나가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완주군은 2011년부터 ‘찾아가는 어울문해마당’이라는 이름으로 경로당・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성인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