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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계곡의 여름] 옛날엔 가재 잡고 밤 몰래 목간허고 여그가 놀이터였지2015-08-10

[운장계곡의 여름] 옛날엔 가재 잡고 밤 몰래 목간허고 여그가 놀이터였지



명지목은 바닥이 평탄하고 계곡 정비가 잘된 곳 중 하나로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지점이다.

 

옛날엔 가재잡고 몰래 목간하던 놀이터

 

어르신들 아직도 계곡을 목간이라 불러

지금은 피서객 몰리는 여름명소로 인기

     

7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찾은 동상면 운장계곡에는 피서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동상면 동상초등학교 앞 신월교를 기점으로 약 7km 가량 이어지는 이 계곡 인근에는 수십 개의 민박집과 산장이 있었고, 전국에서 온 피서객들은 즐거운 여름 나기 중이었다. 계곡 아래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의 풍경이 펼쳐졌다.

 

 

물놀이는 무슨,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던 마을이여.”

그땐 길이 있었간? 산에서 산으로 다니고, 또 계곡에서 계곡으로 다녔지.”

13가구 가량 살고 있다는 작은 마을인 용연마을 초입, 작은 보행기를 끌고 나온 이보금 할머니(70)를 만났다. 19살에 이 곳 용연마을로 시집을 왔다는 이 할머니는 시집오던 날을 회상했다.

시집을 오는데 시방 앞이 산으로 첩첩, 뒤가 첩첩이었당게. 계곡이고 뭐고 그땐 산밖에 안 보였어. 나를 죽이려고 데려가나 싶었어.”

그 시절 할머니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계곡은 저녁에 씻는 목간이었다.

뭔 놈의 물놀이여. 그땐 피서가 뭔지도 몰랐어. 옛날엔 수돗물이 안 나왔잖어. 그땐 저 계곡이 우리 목간이었어. 저녁에 도랑가에 가서 얼른 씻는 거지. 지금이야 상상도 못하지만.”

 

  

운장계곡 명지목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들. 

 

손주의 방문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여름나기

바닥이 평탄하고 물이 시원해 유독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는 명지목. 차양막 아래에서 얼굴을 물에 넣고 신이 난 개구쟁이 아이들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본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려 왔다는 선수연(21·전주)씨는 전주에서 멀지도 않고 물도 깨끗하다고 해서 친구들과 왔다. 물에 들어오니 더운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길을 묻는 외지인에게 교통 안내원을 자청하며 가든 건너편의 평상에 앉아있던 전옥자 할머니(76).

여름에는 여 앞에 목간이 있어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많이 온당게.”

야외수영장을 목간이라 부르는 할머니. 이들은 길 건너편 야외 수영장을 바라보며 사람이 많으니 좋다며 여름의 소란함을 즐기고 있었다.

여가 기온이 낮어. 한참 더울 때는 30도를 넘기도 하지만 그래도 밤에는 서늘해서 얇은 이불 하나는 덮고 자야혀.”

전 할머니 기억 속 운장계곡은 지금처럼 사람 많은 곳이 아니었다. 집 앞 계곡에는 해가 진 후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재나 장어 등을 잡으러 가는 장소였다.

내 피서법? 다 늙어서 뭐 피서를 가나. 여름이니께 곧 자식이랑 손자랑 여기로 물놀이 하러 오겠구만.”

손자의 방문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전 할머니의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운장계곡에 나타난 아이스크림 아저씨.

 

누군가에게는 바쁜 계절, 여름

구수마을을 지나 동상면의 마지막인 검태마을로 향하는 길목, ‘아이스크림이라 크게 적힌 노란 통을 메고 땀을 흘리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서울에서 이 곳 동상면에 온지 보름가량 됐다는 그. 뜨거운 태양을 등에 지고 계곡을 따라 돌아다니는 게 요즘 일상이다.

그는 친구를 따라 아이스크림 장사를 해보려고 처음으로 내려왔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장사가 잘 된 편은 아니라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 계곡선을 따라 다니면 200~300개 정도 되는 아이스크림을 다 팔곤 한다고 말했다.

그 뒤편에서 바삐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 김수연(69). 송어 양식장을 하다 현재는 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구름에 가린 운장산이 바로 앞에 보인다.

여기가 산이 높아서 시내하고는 5도 정도 차이가 날거예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추운 지역이죠.”

예전에는 비포장 도로였기 때문에 전주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울퉁불퉁한 험한 길을 시속 20~30km로 달려 1시간40분가량 들어와야 했다.

동상면 4개리 중 이 곳이 물이 제일 많아요. 여름 내 가뭄이 져서 물이 부족했는데 그래도 7월 들어 장마가 와 조금 나아졌어요.”

다들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떠나는 시기, 김 씨는 손님맞이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다.

김 씨는 여름이 되면 이 마을에는 할 일이 많아요. 오늘도 내내 풀을 깎을 예정이라며 바쁜 손을 움직였다.

    

 

그 언젠가는 목간이 되어왔고, 장어와 자라를 잡는 놀이터가 되었고, 이제는 풀장이 되어주는 고마운 운장계곡.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바쁜 계절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신이 나는 이 계절, 동상면 운장계곡의 여름도 어느덧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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