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자다] 바위와 나무20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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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원고당리 양덕녀 기자
바위와 나무
해변의 절벽 모진 비바람이 바위를 쩍쩍 갈라났습니다.
어느 날 그 바위 틈에서 파란 싹이 돋아났습니다.
싹이 바위에게 말했습니다.
나 여기 살아도 돼?
안돼, 이곳은 너무 척박하고 위험하거든.
어쩌지 벌써 뿌리를 내렸는걸.
왜 넓고 좋은 곳이 많은데 하필이면 여기로 왔어.
그게 운명인가봐. 어느 날 바람이 휙 불더니 어느 틈엔가 내가 여기 와 있잖아.
그 싹은 몇 년을 자라 어엿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무가 말합니다.
나 이뻐?
이 질문에 바위는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럼.
그러면서도 바위는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훨씬 좋은 나무로 자랐을 텐데.
이 소리를 들은 나무가 말합니다.
제발 그런 소리 그만해. 난 세상에서 이곳이 가장 좋단 말이야.
사실 나무는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물이 부족하다보니 여간 고통스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위가 말합니다.
뿌리를 좀 더 깊이 뻗어봐.
안타깝게도 바위가 느끼는 고통도 나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바위와 나무는 그렇게 수 십 년을 살았고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나무야, 나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무는 말이 없었습니다.
난 이곳에서 수 만년을 살았어. 네가 오기 전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네가 오고 나서 난 기쁨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단 말이야.
나도 그랬어. 힘들었지만 네가 있어 한 번도 슬퍼할 수가 없었지. 아니 슬퍼도 이겨낼 수가 있었지.
그날 밤에 세찬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마침내 그 모진 폭풍을 이겨내지 못한 나무는 바위를 꼭 끌어안고 바위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부가 바위나 나무처럼 서로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날마다 쪼개지는 바위가 된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험한 세상에서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되고 서로 섬기고 살아간다면 이처럼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