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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빵은 그 자리에 있었네] 소년은 마침내 꿈을 이루고...2015-07-09

[점빵은 그 자리에 있었네] 소년은 마침내 꿈을 이루고...

삼례읍 삼례초등학교 가는 길목의 빙그레집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기수'팀이 가게주인 서길수 할아버지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소년은 마침내 꿈을 이루고...

 

삼례의 오래된 점방 이야기

삼례초등학교 가는 골목을 가다 보면 아주 오래된 점빵 하나가 옛 이야기를 간직한 채 묵묵히 서있다. 빙그레집(주인장 서길수·75). 사람들의 눈에 언뜻 스치는 풍경이 되어버리는 이 작은 점빵은 하나의 배경과도 같다. 점빵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어릴 적 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쩌면 옛 시간을 걷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불쑥 들어가 말을 걸고만 싶다. 둘러보면 어릴 적 점빵의 모습이 그대로다. 작은 공간에 깨알 같이 들어선 물건들. 사장님은 어렸을 때 삼례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집이 멀어서 추운 겨울에 학교에 가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점방 자리를 보면서 내가 장가가서 아들을 낳으면 내 아들은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점빵 자리를 사게 되었는데 그것이 참 신기하고 요상하다고 말한다.

 

 

관장님: 몇 년이나 되셨어요?

사장님: 시작한지? 48년이나 됐을거야 여기가.

읍장님: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전방 차리면 괜찮했는디.

사장님: 그때는 50%, 70%나왔어 앵간하면.

읍장님: 수입이?

사장님: 지금은 담배 파느라 수입은 똑같혀 10% 그건 다 그려. 파는 건 상대 손님이 싯가를 몰라야 돼. 몰르는 데 이것(담배)은 다 알잖아 그러니까 얼마 남는지 다 알아보지 다.

위원님: 옛날에는 여기가 주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다녔는데. 여기 가게 주로 고객이 초등학교 학생들 아니여?

사장님: 아니여. 여기 원룸 같은 데서 담배 같은 거 사고하지. 이 동네서는 뭐 편의점으로 가고 수퍼로 가고 그러지 여기는 이제 안 돼야.

위원님: 아니 옛날에.

읍장님: 옛날에는 뭐 동네에서 다 일로오지 뭐.

사장님: 갈 데 있간디? 그러다가 뭐 하다 돈 얼마씩 주고 그러지.

위원님: 여기 터줏대감이신가?

사장님: 그러지. 내가 30년생인가 40년생인가.

위원님: 그럼 옛날 주로 팔았던 것들은 뭐 뭐에요? 옛날에 잘 나갔던거.

사장님: 뻥튀기 같은 거 뭐 맨날 그런 것들이지.

읍장님: 옛날에 여기 없던 게 없었을 걸?

관장님: 슈퍼에 왔던 꼬맹이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애들이 막 물건을 가져가고 그랬나요?

사장님: 그러믄. 내가 여기 싹 들어가면 슬쩍 가지고 가. 그럼 쫓아갈 수도 없고 해서 냅둬버린 것이여.

관장님: 왜 안 쫓아가셨어요? 요즘엔 막 쫓아가는데 어른들이.

부녀회장님: 쫓아가면 또 다른 놈이 훔쳐가 버리는디.

사장님: 그런데 어찌나 약이 오르던가. 골목에 고등학생들이 나와 봤더니 딱 가지고 가는 거야. 소리도 않고 막 뛰어 갔어. 못 잡것데. 나도 참 빨랐었거든.

관장님: 애들이 옛날에는 뭐가 인기가 많았어요? 문구 그런 것도 팔았어요?

사장님: 그랬지. 연필, 노트, 지우개, 필통.

관장님: 콩나물 같은 거도 팔으셨어요? 수박같은 것도.

사장님: 콩나물도 팔고 수박도 팔았지. 복숭아, 포도 다 팔았어. 그런데 친구들이 지나가믄서 야 집 팔고 집을 지어가꼬 크게 혀근데 나이가 내일 모레 80인디 얼어붙은 소리야. 근데 친구가 그러더라고 1년이면 지어준 게 걱정 마라고. 1년 살다가 딴 세상 가면 어쩔라고 내가 지금 당뇨도 있지 혈압도 있지. 그런 게 운동 다닌 게 내가 하루면 아침 일어나가지고 밥 먹고 30~1시간씩은 꼭 등산혀.

읍장님: 옛날엔 그 외상이 많이 있었잖아요.

사장님: 지금도 있어. 보통 20~30만원 외상은 아무 것도 아녀.

읍장님: 외상 못 받고 떼인 것도 많아요?

사장님: 그럼.

관장님: 근데 사장님 외상 장부 없어요?

사장님: 다 내버렸당게. 옛날 거 다 내버렸어. 뗀 거 어쩐 거 보면 속상하잖아? 태워버려 그런 거 다.

관장님: 그러게요. 외상 장부 있으면 재미 있을텐데.

읍장님: 옛날에는 외상만 없어도 돈 벌었다고 그랬는데.

위원님: 이 근방에 저 여기서 오래 살던 사람이 몇 사람 안 된다던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단골손님 없어?

사장님: 없어

읍장님: 그러지 주변이 거의 변했으니까.

사장님: 그나마 원룸 생기니까 학생들이 담배라도 사러 오니까 한번 살 때 3000원이지만 과자 같은 거 싹 다 치워버리고 담배만 유지하는 거야.

관장님: 점빵을 몇 시에 여세요?

사장님: 아침 4시에 인나가지고 세수하고 어쩌고 운동하고 이제 6~7시정도 산에 가 산에 가서 1시간정도 놀다가 샤워 싹 하고.

위원님: 그면 지금은 생활용품 위주로.

사장님: 인자 소주, 맥주.

위원님: 앞으로 계획은 여기서 그냥 끝내는 거여?

사장님: ? 그러지 우리 막내아들은 이거 팔고 아파트로 이사가세요그려.

관장님: 아니 여기 계세요. 가지 마시고. 저 지나갈 때마다 들릴테니까.

읍장님: 아 뭣허러 가.

사장님: 난 그냥 여기서 죽을거여.

부녀회장님: 아 손님들을 위해서 가면 안되지.

관장님: 어떤 일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오랫동안 하셨잖아요.

사장님: 내가 지금까지 한 것 중에 후회는 없는디 내가 잘 한 것은 없어요.

부녀회장님: 각시 잘 얻은 거 있잖아

사장님: 그거 하나 있네요.

관장님: 옛날엔 집 소개 복덕방도 슈퍼에서 막 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사장님: 했지. 옛날에 복덕방이 있었간디? 그냥 아무나 되는 데로 이 방 얼마여 몇 평이여이랬지.

위원님: 자식들한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사장님: 아 피해 안 주고 잘 살려는 거지 그딴 거 없어. 자기 푼수에 맞게 살아야 돼 살기를.

위원님: 그럼 바라는 것은?

사장님: 바라는 거? 그냥 이대로 살다가 갔으면 좋겠어.

읍장님: 옛날엔 돈을 잘 벌었지만 요새는 어쩌요?

사장님: 요새는 밥만 먹지 이제 돈은 못 벌고.

읍장님: 힘 있는데 까진 해야 할 거 아녀.

사장님: 그러믄요. 내가 품기 있는데 까진 해야죠.

관장님: 근데 손님들이 지금 단골들은 없어도 옛날에는 단골들이 많았잖아요.

사장님: 많죠.

관장님: 근데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었는지 그 단골이 지금은 없어 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한번 해주세요.

사장님: 이렇게 이렇게 있었어.

관장님: 이렇게 이렇게는 누구 이렇게.

사장님: 다 돌아 가셨당께. 이름도 다 잊어버렸네.

 

 

*이글은 완주문화의집 어르신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김정일, 채규홍, 박창근, 김재숙씨가 인터뷰하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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