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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만난 사람들] 힘겨운 모내기 끝낸 권정임 할머니2015-07-01

[논에서 만난 사람들] 힘겨운 모내기 끝낸 권정임 할머니

고산 율곡리 원산마을 권정임 할머니가 모내기를 위해 못자리에서 물을 빼내고 있다.

 

 

“시집오던 날부터 이날까지 모 심어왔제”

 

힘겨운 모내기 끝낸 권정임 할머니

 

허벅지까지 올라온 물장화를 신은 할머니는 못자리에서 모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힘겨워보였다. 힘겹게 들어 올린 모판은 일단 논 밖으로 옮겨야 한다. 할머니의 도구는 널따란 비닐 한 장이 전부였다.

 

“내일 모레 모를 심을라믄 논을 갈아야 하는디 모판을 치워놔야지.”

 

고산 율곡리 원산마을에 사는 권정임(72) 할머니는 자신이 짓는 너마지기의 논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스물 둘에 원산마을에 시집와 아들 둘 딸 둘을 낳은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생활하면서 농사를 짓는다.

 

“여그가 너마지기(800평)인디 종답이여. 나락이 잘 돼야. 수렁이 있어 빠지기는 헌디 참 나락이 잘돼야.”

 

할머니는 산 밑에 둥그렇게 생긴 논을 훑어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논을 자랑하셨다. 시집을 오면서부터 벼농사를 지었다는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마다않고 이날도 홀로 모내기 준비에 온 기운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때(시집오던때)부터 이날까지 모를 심어왔제. 뭐 다른 거 할 것 있었간디? 먹고 살라믄 모를 심어야 하는디. 논을 갈고 고르는 일은 내가 할 수도 없제. 동네사람들이 해주니깐 이렇게라도 농사지어.”

 

얇은 비닐에 얹은 모판을 물속 논에서 힘겹게 끌어당기던 할머니는 갑작스레 회한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아들이 교통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할머니의 큰 아들은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도 병원에 있다. 할머니의 가슴 속에 그게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이날 못자리와 씨름한 할머니는 이틀 후 이웃들과 함께 모내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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