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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만난 사람들] 벼농사 도전하는 초보 농부들2015-06-29

[논에서 만난 사람들] 벼농사 도전하는 초보 농부들

5월 31일 고산 외율마을에서 우리농사모임 회원들이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넣고 논수렁을 바르는 등 논 꾸미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먹을 건 우리 손으로”

 

벼농사 도전하는 초보 농부들

 

5월의 마지막 날 고산면 율곡리 외율마을 골짜기 초보 농부들의 다랑논에 비상이 걸렸다.
며칠 후 모내기를 해야 하는 데 비가 오지 않아 걱정하던 차에 설상가상 아래 논 주인이 자신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가둬놓았던 물을 빼 대고 있던 것. 임완영씨가 서둘러 삽을 들어 쏟아져내려가는 물꼬를 막고 작은 농수로 쪽 물꼬를 터줘 아래 논으로 흘러가게 했다. 이 작은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이곳 다랑논은 외율마을로 귀농한 황병곤·최수원씨 부부, 근처에 사는 임완영·정소라씨 부부, 그리고 박용범씨가 올해 야심차게 벼농사에 도전하는 논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우리농사모임’이라고 부르고 있다. 농촌에 살려면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황병곤씨는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가 손수 짓자하고 시작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밭농사는 여자들이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 남자가 할 일이 필요해 벼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내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원씨는 올해가 두 번째 벼농사다. 지난해 첫 농사는 묵은 논을 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을 길수 오라버니가 도와줬어요. 처음엔 물 받아라 하면 물 받고 물 빼라고 하면 빼고 길수 오라버니가 하라는 대로 했죠.”

 

수원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박길수씨를 논농사 멘토로 삼아 살갑게 오라버니라 부르고 있다.  처음엔 박용범(화산 귀촌인)씨와 둘이서 땅을 임대했다. 이어 이선규씨(고산 귀촌인)가 합류했다. 1500평 규모였다. 벼농사는 역시 쉽지 않았다. 모내기까지 하면 벼농사는 절반이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논 꾸미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서툴러서 자꾸 지연되다 보니 길수 오라버니는 ‘첫 눈 올 때 모내기 하려고 하냐’며 꾸짖는 거예요.” 이앙기를 빌려 모내기를 하는 것도 어려웠다. 기계를 가진 사람들이 마냥 기다려 주는 게 아니니 원하는 시기를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수원씨 등은 그래도 적지 않은 벼를 수확했다. “포대 벼로 1.2톤을 거뒀어요. 방아를 찧어보니 64포대(20kg)가 나오더라고요. 기계사용료, 육묘비 등 들어간 비용 모두 제하고 딱 3등분 했어요. 세 집이서 공평하게 나눈 거죠.”

 

우리농사모임의 다랑논은 모두 3곳으로 합치면 1000여 평 규모다. 다랑논은 특성상 물을 대기 쉽지 않다. 수로가 있어 아무 때나 물을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비가 내리거나 주변에 둔봉(소류지)이 있지 않으면 모내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는 물문제로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씨는 “작년에 삽 들고 물꼬 트고 막고 해봤는데 논에 물이 차지 않아 애를 먹었다. 우렁이가 물에 잠겨야 되는데 물이 적게 들어가서 풀이 난 것이다. 벼농사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작은 풀을 잡는 거였다”고 했다. 같은 고생을 한 박용범씨는 그래서 올해도 물 생각뿐이다. “올해 너무 걱정이에요. 논에 물을 대야하는데 너무 가무네요.”

 

그래도 자신이 먹을 것을 스스로 짓겠다는 초보농부들의 각오만큼은 다부지다. 벼농사 공부는 귀동냥뿐이고 농활 빼고는 처음이라는 정소라씨는 “쉽진 않겠지만 배워가며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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