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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이 좋아라] 제1기 완주군 시니어 자서전 수강생2015-05-05

[책, 책이 좋아라] 제1기 완주군 시니어 자서전  수강생

이현귀(뒷줄 왼쪽 두번째), 이경희(뒷줄 세번째), 강양수(뒷줄 네번째), 최동식(앞줄 왼쪽), 김왕준(앞줄 오른쪽) 씨가 자서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제1기 완주군 시니어 자서전  수강생

 

최동식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

“18살 때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9살 때부터 중풍으로 앓아누우신 어머님을 놔두고 군에 입대하는 것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의용경찰로 입대해 진안 성수, 완주 소양의 만덕산 고지에서 3년간 험한 전투를 치러냈다. 그땐 헐벗고 배도 고프고 힘들었다. 그래도 내 고향,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밖에 없었으니 전우들과 함께 버텨낼 수 있었다.”
“고등공민학교 시절 수업료를 못내서 학교에서 쫓겼났다. 어찌나 서럽고 분하던지. ‘스승의 날’ 자신의 소중한 스승님을 찾아뵙는 지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최동식 할아버지(83)는 “꼭 읽어보라”며 자신의 자서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을 내밀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최 할아버지는 완주 삼례에서 나고 자랐다.
“젊은 시절 회고하면 기분도 좋아져” 80페이지 남짓한 최 할아버지의 책에는 80년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누님이 시집가던 날 울었던 기억, 어머님의 병환, 유년시절 가장 아끼던 친구 누렁이(황소) 이야기, 양곡창고 관리인이 되기까지의 일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늙은이가 주책이다는 생각에 처음엔 많이 망설였지. 그래도 내가 살아온 길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책을 쓰게 됐지.”
최 할아버지는 8주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다. 혹시라도 글을 쓰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돋보기도 쓰지 않고 매일 아침 신문을 읽어. 팔이 아프긴 했지만 내 이야기를 쓴다는 생각에 힘든 줄 도 몰랐지”
작업기간이 짧았던 데다, 미리 써둔 일기가 없어 당황하긴 했지만 책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즐거웠다고 최 할아버지는 회상했다. 그는 책에 실린 20대 시절의 자신을 가리키며 “이때가 내 전성기였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젊은 노인들에게도 꼭 책 쓰기를 권하고 싶어. 지난 인생을 돌아볼 수도 있고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특히 자서전을 쓸 마음이 있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꼭 일기를 남기라는 말을 하고 싶어.”


김왕준씨 <나를 넘어서라>

“그 곱고 아름답던 지난 그 시절의 당신을 생각해 보면서, 나는 퍽 열정 적이고 이기적인 삶이었다고 생각이 되네 그려. 지난 잘못에 용서를 구한다오. 이제부터라도 일상에서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해 주고 사랑해 봅시다.”
‘나를 넘어서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낸 김왕준(66)씨는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지금껏 ‘양지다이어리’에 써온 토막글만 25권에 달했다. 결혼 2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쓴 빛바랜 편지를 다시 읽으며 추억에 젖었다. 김씨는 중년 자서전 출판을 돕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는 윗세대에 비해 자신의 인생이나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많아요. 블로그에 등산기라도 쓰는 사람이 많잖아요. ‘자서전 쓰기’ 강좌가 많은데 글쓰기 교육에 그칠 게 아니라 결과물이 나오는 데까지 도움을 주는 강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이현귀씨 <내 삶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다보면 과거의 나랑 화해가 돼. 상처 입고 아팠던 일들을 견디어낸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좋아져요.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것이 기억력인데 어릴 때 일부터 하나씩 기억해내려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높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져요.”
완주군 문화관광해설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귀(59·여)씨는 자서전을 쓰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소원해졌던 친구들, 친척들과 다시 연락도 할 수 있었고, 가족간의 정도 더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과거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에 대해 오해하고 어려워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저는 자서전을 통해 자녀 세대와 소통하는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


이경희씨 <철없던 막내딸에서 목사 사모로>

목회를 하고 있는 강양수(56)·이경희(52·여)부부도 이번 자서전 수업을 통해 각각 ‘My Way’와 ‘철없는 막내딸에서 목사 사모로’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만들었다. 부부가 함께하는 자서전, 의미가 남나들 것 같았다.
“서로가 부부로 살아오면서 안 맞는 것들도 많았죠. 애써 이해를 바랐지만 작은 생채기는 아물지 않고 덧나 있었더라고요. 서로가 지나온 일들을 정리하면서 밤새워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잘못하고, 서운해 했던 것들에 대해 용서와 고마움을 전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신뢰가 더 돈독해 진 것 같아요” 


강양수씨

강 목사는 매주 강론 쓰는 것 보다 자서전 쓰는 게 훨씬 힘들었다면 서도 의미있는 작업을 완료한 것에 대해 뿌듯해 했다.
“어린 시절 기억, 단편적인 추억들을 정리하다 보니 인생의 후반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지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좋은기회에 좋은 분들도 만나서 다소 무겁고, 딱딱할 수 있었던 수업을 재미있게 해 나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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