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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 앞둔 광두소의 봄] 광두소 마을은 지금2015-04-05

[수몰 앞둔 광두소의 봄] 광두소 마을은 지금

따스한 봄 햇살 뒤로 멈춰버린 시간 골목엔 쓸쓸함만…

 

광두소 마을은 지금

 

긴 겨울 끝에 다시금 봄이 돌아왔다. 모질게 불어대는 겨울 찬바람을 꿋꿋하게 견뎌낸 앙상한 꽃가지들이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아 팝콘 터지듯 속살을 드러내며 울긋불긋 꽃송이를 피워낸다.

 

춘삼월의 어느날 운주면 광두소 마을을 찾았다. 광두소(光斗所). 한자를 해석하면 ‘밤하늘에 별이 빛나 보이는 곳’이라는 뜻도 있을 만큼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을 자랑한다. 도시의 빛 공해를 전혀 받지 않는 이곳은 밤이면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으로 장관을 이룬단다.

 

“버들치에 밀가리(밀가루)와 계란 옷 입혀 튀겨내고, 다슬기 잡아서 수제비와 함께 끓여내면 그날은 마을 잔치였지.” 

 

마을 앞에는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원하고 맑은 괴목동천(옥계동 계곡)이 흐르고 있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냇가의 물은 마르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를, 어른들에게는 한 해 농사를 걱정 없이 지을 수 있도록 해줬다.

 

지금도 냇가에는 1·2급수에서 서식하는 버들치와 참종개, 돌마자가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 물고기를 잡으며 뛰놀았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아직은 이르지만 곧 날이 풀리면 봄 햇살 아래 냇가에서는 다슬기를 줍는 이들로 북적인단다.

 

마을 뒤로는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천등산(707m)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후백제를 세우기 위해 견훤이 돌을 쌓아 전주성을 치려는데 연못 속에서 용이 닭 우는 소리를 내니 산신이 환한 빛을 발하여 앞길을 밝히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데서 그 이름 천등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산은 온통 큰 덩치의 골산으로 이뤄지고, 계곡과 계곡에는 절벽과 폭포 그리고 바위사이를 뚫고 나오는 소나무들로 하나의 거대한 산수화 작품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명산을 찾으려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20여가구가 모여 사는 광두소 마을은 자랑할 만한 큰 인물은 없지만 소박한 정을 지닌 평범한 농사꾼들이 모여 사는 시골 마을이다. 소담스런 돌담이 인상 깊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가 밭 매다 주워온 돌, 냇가에서 쓸 만한 돌이라 하며 가져온 돌로 쌓은 돌담이기에 여간 소중한 게 아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 풀 듯 담을 따라가며 이들의 인맥을 좇아 돌다보면 마을 한바퀴. 곡선의 골목길이 급한 마음을 잡는다. 여기에 집집마다 꼭 한두 그루씩 있는 감나무도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두소 마을은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장선댐이 3년 뒤 완공되면 완전히 물에 잠긴다. 산허리는 이미 불도저로 파여 붉은 속살을 드러냈고, 뽀얀 먼지와 함께 쉴 새 없이 덤프트럭들이 오가고 있었다. 논·밭 마다 건설업체에서 영농금지라는 푯말을 박아 놨다.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마뜩잖네.”

 

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한난수(73) 할머니는 마을이 수몰되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에 아쉬움 가득히 말했다. 그는 “업체나 관청에서는 다 나가라고 하는데 막막하다”며 “당장에 물이 채워질 때까지 농사를 계속 짓고 싶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 햇살 속 인근 밭에선 영농준비가 한창이었다. 강경헌 할아버지 부부는 “오랜만에 봄볕이 따뜻해 1년 농사 준비를 하러 나왔다”며 “물이 차오른다고 해서 마지막 농사가 될 진 모르겠지만 떠나는 날까지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선 산소 이장이 제일 걱정이다”며 “무연고 묘지나 최근에 묘를 쓴 경우 함부로 이장을 할 수도 없어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경로회관엔 마을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회관이라고 해봐야 슬레이트 지붕아래 조그마한 방 하나, 그것도 밥 해 먹을 수 있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있는 게 전부다.

 

이웃마을 멋진 양옥 마을회관이 부러울 것도 같지만 30년도 더 된 이곳을 아낀다. 마을사람들이 하천에서 모래를 저날라다 벽돌을 쌓아 손수 지은 경로회관이기 더욱 그런 것. 다 같이 앉기에도 비좁은 공간, 그래도 점심과 저녁에는 모두가 이곳에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겨우내 맛있게 익은 김치를 넣은 찌개에 향긋한 봄나물 무침이면 한 그릇 뚝딱이다.

 

“20년 전만 해도 인삼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북적 했어.”

 

막걸리 한 주전자에 얼굴이 붉어지신 한 할아버지는 절로 광두소 마을의 전성기를 들려줬다. 광두소 마을은 고개 하나를 넘어 충남 금산과 접해 있어 생활권이 전주보다는 논산·금산과 가깝다. 금산 못지않게 물 빠짐이 좋아 충남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마을 밭마다 인삼을 심었을 정도다. 산자락에서 나는 고사리, 더덕, 모시, 두릅을 꺾어 장날에 내다 팔면 많지는 않아도 자식들 용돈 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까만 하늘의 총총히 흘러내리는 별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온정도 흘러내리는 곳 광두소. 고향에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봄 꽃을 바라보는 광두소 사람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쉽고, 애틋함이 가득하다.

 

 

■ 광두소 마을은

 

광두소(光斗所) 마을은 17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광두소는 산북리 7개 신복, 주암, 기동, 재실, 당현, 평촌 등의 한 곳으로 산북리의 서북쪽 아래에 있어 광두소를 하산북이라고도 한다. 현재 21가구 3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운주 산북리는 본래 충청남도 연산군 양량소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 구역 폐학에 따라 산북리, 고산군, 운용상면의 상산리, 하신리, 서평리, 신북리를 병합하고 산북리라 하여 전라북도 전주군 운선면에 편입되었다. 1935년에는 면명이 운주면으로 바뀌었다.

 

장선댐은
농어촌공사(전 농업기반공사)가 지난 2005년부터 62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농업용수(저수지) 공급 목적 저수지 2곳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2005년부터 시작해 2015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2018년까지 늦어진 상태다. 
광두소 마을에 들어서는 대둔제는 45㏊면적에 625만t을, 논산 금당제는 3㏊면적에 28만t을 저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운주면 금당리와 충남 논산시 양촌면 등 2개도 2개면 15개리 872㏊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대둔제(댐 높이 39m, 길이 250m)가 완공되면 수상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수상관광단지로 개발이 가능해 대둔산과 연계하는 사계절 관광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댐 건설에 따른 용수공급 수혜지역은 대부분 충남이다. 또 댐 건설로 운주면 장선리 등 57.1㏊가 물에 잠기고, 29가구(2005년 토목공사 발주당시 추정치)가 마을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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