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촌마을에서의 특별한 하루 2018-11-08
월촌마을에서의 특별한 하루
글쓴이가 살던 지역은 전남 무안군이었다. 마을에서 읍내까지 비포장도로에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물론 학교 통학이나 일정이 있을 때는 버스를 타고 다녔고 집에 용달차가 생겼던 시기는 고등학교였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완주군에 한 어르신을 만나고 난 후 갑자기 추억이 생각나서이다.
‘똑똑똑’ 아침 7시에 완주 월촌 마을에 사는 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었다. 개인적으로 일찍 일어나지 않기에 고양이가 밥을 달라는 소리로 긁는구나 이해를 하고 잠을 청하려 하였지만 ‘탕탕탕탕’ 다시 들리는 소리에 잠결에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마을에 제일 연장자 (91세)인 어르신이 나를 바라보셨고 아침 일찍 문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어르신은 몇 일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셨고 걱정이 되어 병원을 가고자 하는데 가족이 없어 요양보호사를 기다려야 하는데 10시정도에 도착을 하여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셨다. 아마도 몇 달 전 비슷한 목적으로 병원을 가고자 버스를 기다리는 걸 보고 고산으로 데려가 드렸던 기억이 있으셔서 찾아오신 듯 했다.
잠시 기다리라 하시고 대충 옷만 입고 고산의 병원으로 데려가 드렸는데 가는 길에 하신 이야기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너무 오래살았어 아침부터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바쁠텐데 변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안나오고 그래서 병원에 가긴 가야하는데 아들래미가 전주에 있어서 일찍 못 올 것 같아서 연락도 못하겠고 그랬어.”
고산의 한 병원으로 어르신을 모시면서 다시 한번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전 우리 할머니처럼 병원 진료가 시작되기 전이었는데 2명이나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모시고간 어르신은 3번째로 진료를 받게 될 것 같았다. 시골에 병원에는 진료가 시작되기 전 많은 어르신들이 병원앞에서 대기를 한다. 어떤 분은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 빨리 진료를 받고 일하고자 하며, 하루의 시작을 병원에서 시작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의 날씨는 쌀쌀한 10월 중순이기에 대기실이 없는 병원에서는 추위에 기다리셔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은 날씨와 상관없이 병원 진료 시작 전 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를 이야기 하는 것도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자체에서 공공적인 목적으로 완주 지역의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편리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병원 진료 대기실을 시원하고 따듯하게 만들어 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고향에 계시는 할머니가 생각이 났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고, 이제 나도 완주라는 지역에서 도움이 요청할 만한 마을 구성원이 된 건가 생각이 든다. 착각일 수도 있다.
/강민수 마을기자(흙건축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