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에세이] 여름날, 내가 자주 웃는 이유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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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젊음아 새롭게 만들라’ 대웅전에 깃들어 사는 화가들의 방. 벽면에 멋진 글귀가 눈에 띈다. 한참 공사 중이니 내년이 되면 멋진 공간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
소녀의 에세이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16살 찬란한 소녀, 송채인 양.
풀무학교를 다니고 있고 재미난 꺼리를 찾아 모험을 떠날 준비가 늘 되어 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분명 중3 겨울방학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데도 행복한 나날들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아주 조금씩 매일 감정 상하는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입가엔 미소가 흐르고 두 눈은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두근거린다. 살아가는 게.
이런 와중에 홍홍에 놀러갔다가 장미경 선생님을 따라 인터뷰를 가게 되었다. 곧바로 인터뷰를 한 건 아니었고 인터뷰 제안을 하러 간 것이었다.
순지마을에 봉정사라고 불리는 절이 폐가로 나와 그 집을 고쳐 살고 계시는 어느 화가 부부를 찾아갔다. 화가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채였다. 들어가는 길을 몰라 잠시 헤매기도 했지만 마을엔 햇살이 머무르는 듯 했고 고양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인터뷰는 다음 날 선선할 때, 저녁6시에 하기로 약속하고 다시 돌아왔다. 다음 날 6시가 되어 다시 방문했지만 인터뷰는 사정상 뒤로 미루게 되었다. 아무래도 집과 작업실 공사가 다 마무리 된 후에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여졌다. 화가 아저씨가 들어오셨고 이야기가 오고 간 후에 장 선생님은 고양이 양 생원(첨지는 너무 늙어보여서 양 생원으로 지었다고 한다)을 따라 부인분과 같이 밖에 나가셨고 나는 안에서 단독으로 화가아저씨와 대화 비슷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진로 고민으로부터 시작해 앞으로 살아가야 될 한 사람으로서 인생과 세상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뵌 날에 내가 누구냐고 물으신 건설 작업반장님께 화가 아저씨는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소개하셨다.
요즘 위아래 또래들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다 같이 사회를 이루어 살며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대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을 바로보고 깨어있어야 한다. 사람됨을 갖추고 각자 자신의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그게 나 한명이 아닌 모두가 그래야 사회전체가 한 발자국 나아가게 된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앎을 공유하고 토론하고 또 서로를 아끼고 웃으며 대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 져야 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어른 입장에서 보기에는 정말 당연하게도 우리가 앞으로 사회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 마음으로 이런 저런 말들, 생각 곧 가치관을 내게 아낌없이 들려주신 것 같다.
직업에는 정말 귀천이 없다. 어느 직업이건 간에 자신의 뜻을 실현할 길이 있는 것이다. 그 세계에서 맘에 안 드는 지점이 있더라도 자신은 새롭게 길을 열어 가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실력을 갖추고 정성을 다해야 하고 자기 희생도 따르겠다. 사회 또한 어느 시대건 그 당시의 부조리한 게 존재한다. 그에 저항해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만 판단하긴 어렵더라도 분명 존재하는 진리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이다. 불완전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직업보다는 그 직업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그 사람의 신념, 소신, 가치관이 그리고 그 사람 자신의 즐김,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로의 폭이 다시금 넓어졌다.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나서야 된다.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 좁았던 게 확 넓어진 것 같다. 편견들이 깨어지고 세상을 물 흐르듯이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너무 걱정만 하고 급속한 변화 자체를 꺼려했던 나의 시선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살아있으니까 잘 커야 한다는 말을 하셨는데 살아 숨 쉼, 곧 생명이 희망이다 는 말이 떠올랐다.
초롱초롱하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기대와 다짐, 사회의식과 사명감 등등 그런 류로 말이다. 진로에 있어서 지금은 몸과 마음이 커나가는 시기이고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이 분께서 내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신 것 같다. 감사한 분이다. 마지막에 자신의 말이 정답은 아니라고 네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좋았다.
세상에는 아직 내가 알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고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고마운 일들로 가득하다. 이게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인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분노할 일도 있고 마냥 행복한 일들로만 가득하진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불평불만은 나중에 가서 후회하니 하지 말고 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마음인 것이다.
/송채인(풀무학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