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다자미마을] 마을 입구 첫번째 집 김영숙씨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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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 첫번째 집 김영숙씨
닭, 염소 키우는 동물엄마…밥 주는 데만 한시간 반
“꼭꼬꼬꼬, 매애애해, 월월”
김영숙(54)씨는 다자미마을 입구 첫 번째 집에 산다. 그녀의 집에선 동물들이 먼저 사람을 격하게 반긴다. 닭, 흑염소, 개, 토끼 등등. 흑염소들은 사람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졸졸 따라와 멀뚱멀뚱 쳐다본다. 영숙씨는 큰 나무 잎사귀를 가져와 염소들에게 건넸다.
“사진 좀 찍을게요. 포즈 좀 취해주세요”라고 했더니 영숙씨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웃으며 사진기를 바라본다.
김영숙씨는 달걀을 찾아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니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닭들이 보였다. 족히 300마리는 될 것 같다. 그녀는 어둡고 구석진 곳에 가서 손을 넣더니 능숙하게 달걀을 꺼냈다.
“찾았다. 매일 이렇게 야들(얘들)하고 숨바꼭질해요.”
동물들 밥 주는 데만 하루에 한 시간 반 걸린다.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호기심은 동물들에 그치지 않는다. 밭에 심은 농작물 또한 종류가 다양하다. 마을의 명물인 곶감부터 시작해서 마늘, 생강, 고구마까지! 그녀의 모험심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 정신은 고산 장날이면 마을로 들어오는 단 한 대의 버스를 1시간가량을 타고 나가 좋아하는 식물을 구입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식물 키우는 게 재밌어요. 고산에 가는 이유는 새로운 품종 또 뭐가 나왔나 싶어서. 하하하” 좋아하는 것을 말하니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단골 가게에서 새로운 작물을 매의 눈으로 탐색하는 영숙씨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음은 편하나 몸은 고되다는 영숙씨의 시골생활. 그렇지만 그의 얼굴에선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슈퍼 들깨를 샀는데 알도 굵고 기름이 고소하더라니까요. 성공적이었죠. 하지만 삼채 고것은 진짜 별로드라고요.”
12월이 되면 영숙씨는 지금보다 더 바빠진다. 기계에 곶감을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배추도 절여야하고.
“시골생활은 마음은 편하지만 사실 몸은 고돼요. 일이 많으니까. 여름에는 해가 빨리 뜨니까 새벽 4시 반에는 기상해서 그때부터 일을 하는데 지금은 새벽 6시가 넘어야 해가 뜨고, 또 해가 빨리 지니까 퇴근도 빨라요. 요새는 일이 좀 없어서 쉬지.”
이 마을에 산지는 10여년 정도. 12가구가 사는 동네에서 영숙씨는 막내다.
“그래서 웬만하면 마을회관 안가요. 밥 많이 해야 해서. 하하. 이웃들이 다 형님이라 많이 챙겨주시니까 좋아요.”
/이 기사는 전북대행복사업단 현장실습 과정 중인 정수정(경북대 사회학과 3학년)씨가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