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피는 정농마을] 마흔넷에 늦둥이, 자식농사도 척척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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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넷에 늦둥이, 자식농사도 척척
부녀회장 나정임 씨
정농마을 부녀회장 나정임(49)씨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남편 김태운(51)씨와 함께 배농사를 짓고, 집안일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챙긴다. 부녀회장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도 화룡점정은 막둥이 육아다. 정임씨는 마흔넷에 늦둥이 창훈(6)이를 얻었다. 그의 첫째딸 스물한 살에 막내가 태어났으니 옛날 같았으면 손주를 볼 나이에 또다시 엄마가 된 셈이다.
“마을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증인해준다’고 해요. 창훈이가 제 손주가 아니라 늦둥이가 맞다고.(웃음)”
처음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는 남사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자녀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는 행여 자식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됐다. 다행히 3남매 모두 진심으로 좋아해줬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막내 창훈이는 어느덧 여섯 살 말썽꾸러기 꼬마가 됐다.
“한번은 첫째아들, 막내딸, 막둥이랑 같이 치과에 갔어요. 제가 창훈이를 안고 있으니까 간호사가 둘이 부부고 창훈이가 제 손자인줄 안거에요. 다 제 자식들이라고 말하니 당황해하던 기억이 나요.”
창훈이는 주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거나 모래밭에서 흙장난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누비거나 엄마아빠가 일하는 배밭에도 놀러간다. 농사꾼의 피가 흐르는 까닭일까. 유독 트렉터를 좋아한다는 창훈이에게는 배밭도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농사를 하다 보니 막둥이에게 시간을 쏟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죠. 우리는 주말이 따로 없고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제대로 된 나들이 한 번 다녀오기도 어렵거든요.”
유치원에서 돌아온 창훈이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엄마와 동네 마실을 나간다.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더 좋냐는 짓궂은 질문에 “아빠”라고 거침없이 말하지만 곧이어 “엄마, 누나, 형”이라고 대답한다.
“몸은 힘들어도 예쁘죠. 웃는 것만 봐도 피로가 스르르 녹아요.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을 어르신들 모두 창훈이를 예뻐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