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봄날 - 망치소리와 함께 온 봄] 흙건축학교, 구이 호동마을에 흙집 사랑방 선물2017-04-03
- 첨부파일
- 0N4A0852.jpg
흙건축학교, 구이 호동마을에 흙집 사랑방 선물
고개 너머가 정읍인 완주 끝마을 구이면 백여리 호동골. 주민 10여 가구가 다인 이 고즈넉한 산골마을의 봄은 사랑방 건축현장의 힘찬 망치소리와 함께 왔다.
3월 30일 찾은 건축현장은 지붕공사와 내부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전모를 쓰고 이름표를 가슴에 단 일꾼들이 분주히 현장을 누볐다. 마을사랑방은 흙집으로 지어진다.
흙집 사랑방 내부공사에 한창인 일꾼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동마을은 주민수가 적어 행정구역상 인근 원백여마을에 속해 있다. 그래서 경로회관이 따로 없다. 그만큼 불편이 컸고 자존심도 상했다. 이 같은 사정을 안 한국흙건축학교와 완주군이 힘을 보태 마을사랑방 건축에 나선 것이다.
마을사랑방은 7평 규모로 짓는다. 흙건축학교 수강생 18명과 강사진 7명 등 모두 25명이 이 현장에 일꾼으로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기왕에 할 현장실습에 봉사활동을 곁들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었다.
강원도 횡성에서 흙집짓기를 배우러 온 허노영씨는 “흙집짓기를 배우면서 마을사랑방 건축을 돕게 돼 마음이 뿌듯하다”며 “흙집은 건강주택이어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수 왔어요~!" 고생하는 일꾼들을 위해 새참을 준비해 온 호동마을 어르신들
오후 4시가 되자 어르신들이 작은 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수레에는 멸치와 명태 대가리를 우려낸 진한 국물과 정성스레 삶은 소면이 가득 들어 있었다.
“우리 동네 집을 지어준 게 수고한다고 멸치국물에 국수라도 말아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제.”
종일 고되게 몸을 놀린 일꾼들이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다. 주민들과 흙건축학교 사람들이 동네 정자에 둘러앉아 국수 한 그릇씩을 순식간에 뚝딱 해치웠다. 세 그릇을 해치운 사람도 있었다. 피로감이 진한 국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일꾼들이 음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7, 8일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과 흙건축 사람들의 유대감은 형태를 갖춰가는 사랑방만큼이나 돈독해졌다. 주민들은 기대감으로 밝았다.
“좋제. 지금까지 경로회관이 없어 산 너머 원백여까지 가야했거든. 마을회의 때도 큰 맘 먹지 않고는 가기 힘들어.”
사랑방은 흙벽돌 벽체에 흙다짐으로 마무리한다. 현재의 진행속도라면 4월 말이나 5월초쯤 어르신들이 새로 지운 흙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흙건축학교는 교육과정 실습으로 7~8평 규모의 마을 사랑방 3곳을 선정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을 계획이다. 호동마을 사랑방이 그 중 하나다.
강민수 사무국장은 “흙건축학교는 해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흙집공간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휴식공간이 없었던 호동마을 어르신들도 건강한 흙집 사랑방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