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완주에서 도전하다] 완주에서 멘땅에 헤딩 윤지은씨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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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고 귀촌까지 딱 2주… 일단은 직진
완주에서 멘땅에 헤딩 윤지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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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얼굴에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처자. 몸빼바지를 입고 싸리 빗자루를 든 채 제법 촌티도 날릴 줄 아는 이 처자. 귀촌을 마음먹고 완주에 정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주. 인천토박이 윤지은(29)씨의 ‘맨땅에 헤딩’은 무작정 시작됐다.
2월 12일, 귀촌을 마음먹다
지난해 완주로 귀촌한 친구 집에 놀러왔던 날, 친구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기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 서울에서만 취업하려는 이유가 있냐?"
순간 침묵. 지은씨는 할 말이 없었다. 2015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줄곧 취업 준비생으로 지냈던 차. 그도 슬슬 지쳐가는 중이었다.
“의지가 바닥난 상태였다. 사람을 좋아하던 제가 친구들 만나는 것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완주로 오라는 친구의 말에 설득당하고 다음날 바로 사람들을 소개받고 집을 구했다.”
그리고 보름 뒤인 27일. 지은씨는 캐리어를 끌고 묵직한 가방 하나를 매고 삼례터미널에 나타났다. 그렇게 그녀의 완주살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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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곧 내 집이니라
지은씨는 고산면에 대지포함 140여평의 집을 구했다.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은 빈집이었다. 먼저 보일러를 고치고, 묵은 먼지를 닦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방이 두 개, 5성급 화장실이 한 개, 부엌에 넓은 마당까지 있으며, 외양간도 있어 돈만 있으면 소도 키울 수 있는’ 그런 집이다. 게다가 전에 살던 사람이 남겨놓고 간 쓸만한 물건도 꽤나 있다. 식기며 술잔이며 장롱에 서랍장까지. 이곳에서 그는 지인과 함께 머무르며 완주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집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면 떡을 맞춰 동네 이웃들에게 인사를 드릴 생각이다. 무엇보다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 운전을 못하는 저에겐 최적의 입지조건이다.”
아직 이삿짐을 채 풀기도 전. 그래서 하루가 짧다. 방안 페인트 칠도 끝내야 하고 쓸모없는 짐도 정리해야 한다. 작은 텃밭에는 먹을거리도 심고 커다란 개도 키울 예정이다. 벌써 이름도 지어놓았다. 첫 번째 개 이름은 ‘만수’. 인연이 돼 한 마리를 더 키우게 된다면 ‘천수’라고.
완주에서 ‘어떻게’ 살까
그가 아는 완주는 삼례, 고산, 봉동이 전부. 하지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완주의 모습은 더 크고 넓다. 아직 완주가 ‘내 집’이라는 실감도 안 나지만 그런 만큼 가슴이 뛴다. 예상되지 않은 미래가 그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제가 예측했던 저의 미래는 작은 회사에 소속되어 재미없게 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완주에서의 삶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이것저것 기웃거려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
지은씨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집 앞 텃밭을 정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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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창한 계획은 없다. 둔산리에 가서 영화관 구경을 하고 싶고, 블로그를 시작해서 완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여름 전에는 면허도 따고 싶다. 스스로도 갑작스러운 변화지만, 그렇기에 일단 무작정 직진.
“100세 시대다. 그렇기에 20대의 저는 매우 젊다. 완주에서 지내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배우고 싶다. 제멋대로 사는 것이 꿈이다.”
제멋대로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앞을 향해 돌진하는 지은씨의 엔진에 천천히 가속도가 붙기를. 좌충우돌 그녀의 맨땅 헤딩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기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