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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그 따뜻함] 적정기술 배워 벽난로 직접 만든 진남현씨2017-01-09

[아궁이, 그 따뜻함] 적정기술 배워 벽난로 직접 만든 진남현씨



아궁이 불 때고 벽난로 놓고...그래도 최고로 따뜻한 건 사람

적정기술 배워 벽난로 직접 만든 진남현씨

 

 

 

고산면 외율마을에서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으면 너멍굴이라는 골짜기가 나온다. 그곳에 는 집이 한 채 있다. 골짜기 초입의 가로등 마저 끊기는 어두운 밤이 되면 오로지 달빛만이 이 집을 비춘다. 이곳은 지난해 x월 귀농한 진남현(29)씨의 집이다.
“이 집의 뒤에는 돌산이 있고 그 양옆으로 산줄기가 내려온다. 남쪽으로는 논이 계단지어 내려가고, 그 옆으로 도랑이 흐른다.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췄다. 집을 본 그 순간 이곳에 살기로 결정했다.”


그가 살 집은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었고, 환경의 영향으로 습한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열이 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었다. 겨울이 오면서 그는 하나의 습관이 생겼는데,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온도계를 점검하고, 수시로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새벽에는 평균 집의 온도가 12~14도 가량 된다. 아직 지독한 한파가 오지 않아서 인지 10도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다.”

 

(위)진남현씨가 아궁이에 불을 떼고 있다. (중간-아래)진남현씨가 뗄감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집은 보일러 대신 아궁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 사용하지 않았던 터라 남현씨는 아궁이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인터넷을 뒤져 구들의 단면도를 찾아냈다. 아궁이 속으로 기어들어가 단면도와 비교를 해보고 굴뚝을 뜯어 연통을 확인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아궁이 너머에 있어야 할 부넘기라는 벽이 없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아궁이 앞에 벽돌로 간이 부넘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궁이와 싸운 첫 번째 전투에서 제가 이길 수 있었다.”


죽은 아궁이를 살린 그가 두 번째로 도전한 것은 벽난로. 구매를 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남현씨는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모두 벽난로를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기에 스스로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말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그 때부터 책을 찾아보고 공부했다.”


삼례에 사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자료도 찾아보며 자재 사용법을 공부했다.
“공부해보니 불의 성질부터 구조 하나에도 섬세한 이론이 들어가 있었다. 문과생인 제가 난로를 공부하며 이과생이 된 것 같았다. 설계대로 벽돌을 한 장씩 얹을 때는 이게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만들어 보니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불이 흘러갔다. 그리곤 집이 따뜻해졌다. 벽난로와 싸운 두 번째 전투도 제가 이겼다.”

 

직접 만든 벽난로. 제법 따뜻하다.

 


죽은 아궁이를 살리고 책과 사람을 통해 벽난로를 만든 열혈청년 남현씨는 무엇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발열 방법으로 이것을 추천한다.
“벽난로와 구들에 불을 지폈음에도 춥다면 저는 친구들을 부른다. 최고로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이 집에서 난로와 구들이 달성하지 못했던 마의 20도 장벽을 깬 것은 제 친구들의 고성방가였다.”


완주에서 보내는 첫 번째 겨울. 그는 어떤 겨울을 보내고 있을까.
“구들과 벽난로 등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있으니 사는 것이 매우 즐겁다. 까짓 거 물리적으로 좀 추우면 어떤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해서 마음이 추운 것 보다 얼어 죽어도 멋대로 사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소망이 있다면 이 집 언저리, 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 제 손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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