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작은 모임들] 어쩌다 시작된 '완숙회(완주 숙녀회)'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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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작된 모임, 즐겁게 잘 살고 싶은 여자들
완주에 사는 숙녀들의 모임 '완숙회'
수상하다. 조금이 아니다. 이 여자들, 좀 많이 수상하다. 이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자, 다음은 이들에 대한 설명이다.
명칭: 완주숙녀회(쉽게 완숙회) 회원수: 정확히 모름(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다) 대상: 완주에 있는 숙녀라면. 스스로 생각건대 자신이 변두리인이고 경계인으로 어디에서도 끼지 못하는, 마이너의 감수성을 가졌다면 가능. 모인 이유: 딱히 모이기 위해 모인 적은 없음. 그렇다고 안 모이는 것도 아님. 특징: 모임인 듯 모임 아닌 모임 같은 모임 최근 관심사: 여성으로서 자립하는 삶. 그 외 이것저것 세상사 전부. |
이들은 ‘완주에 사는 숙녀들의 모임’ 회원들이다. 줄여서 완숙회. 완숙회의 시작은 친구 사이인 장미경씨와 이보현씨로부터 비롯됐다. 다음은 완숙회 회원 일부에 대한 소개다.
■ 장미경= 고산미소시장에서 작은 가게 ‘홍홍’을 운영하며 영상도 찍고 글도 쓰는 30대 여성. 특이사항: 결혼에 대한 핍박을 받으면 쌓인 울분이 있음.
■ 이보현(바닥)= 1년 전 완주로 내려와 직장 생활과 함께 글도 쓰고 1인 출판사도 운영하는 30대 여성. 특이사항: 말하는 걸 매우 좋아함.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줍거나 얻어) 쓰는 자급생활을 지향.
■ 이지정= 귀농귀촌 ‘비스무레’(?)한 걸 한 공학도. 특이사항: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함.
■ 이정은= 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 그 중 완숙회에 오면 ‘발가벗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 좋아함. 특이사항: 결혼했지만 안한 척 하는 애기 엄마.
■ 최성우= 작년 서울에서 완주로 자발적 귀순한 도회지풍 숙녀. 대학땐 철학도였다는게 부끄러울 정도로 철학은 생소하다고. <완두콩>에서 따뜻한 글쓰기를 하면서 농촌생활에 최적화되고 있음.
야밤에 모인 이 여자들.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이들의 모임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다. ‘주변에 부녀회와 청년회는 있는데, 왜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의 모임은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완주에 사는 숙녀이니까, 자연스레 완숙회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친한 지인들이 알게 모르게 완숙회의 회원이 됐다. 다시 말해 거미줄 모임.
이들의 상당수가 타지역에서 완주로 와 정착한 혹은 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정신차려보니 완주였다는 이도 있고, 농부의 꿈을 가지고 내려온 이도 있으며 직장 생활을 위해 완주에 정착한 이도 있다. 완주로 모인 사연도 다양하고 시골 생활을 하며 겪는 일도 다양하다보니 모이면 할 말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친목에서 비롯된 ‘어쩌다’ 시작된 이 모임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 시골에서 여성으로 자립하는 삶
완숙회의 관심사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다. 적정기술과 생활기술, 그리고 노는 기술. 이 관심사들은 단순한 관심에서 벗어나 하나둘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여름 완숙회-완주적정기술 숙녀회의 이보현씨와 이지정씨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씨즈(seed:s)를 통해 영국 웨일즈에 있는 대안기술센터 CAT에 다녀왔다. 이곳은 생태적인 생활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 등을 연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이들은 전환기술 외 여성들을 위한 기술, 전환적인 삶에 대한 사례를 체험하고 왔다. 시골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스스로 필요한, 혹은 삶 속에서 시시때때로 필요한 그런 기술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직접 체험하고 온 것.
이 경험을 계기로 완숙회는 그동안 시골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계속 고민해 왔던 ‘자립해서 사는 삶’에 대해 보다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놀고먹는’ 모임에서 시작했다면, 이제는 ‘잘 살아보기 위한’ 모임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지난 10월1일에는 완숙회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함께 ‘여성 생활기술 캠프’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역의 공동체 및 완숙회 회원들로 구성된 멘토 강사 사례 발표와 생활에 필요한 기술 실습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완주적정기술숙녀회 유닛 회원들이 적정기술 세미나에 참석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이승찬)
최근 완숙회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팟캐스트를 준비 중에 있다.
한편 최근 이들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바로 완숙회의 못다 한 수다 욕구를 풀어줄 ‘팟캐스트’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가 지원하는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이들의 수다를 기록하고 청취자와 함께 공유하는 감정 미디어 정도 되겠다. 이들의 욕망을 담은 키워드를 살짝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라도 욕을 찾아서(부제: 원어민의 발음으로 듣는 욕의 어원)>, <세상에 이런 일이>, <이 언니가 알려주마>, <오늘의 단어>, <오늘의 초대석 완주 사람> 등.
이 외 영국 대안기술센터 CAT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대안기술센터 탐방기’를 독립출판으로 준비 중에 있고 영화도 준비할 예정이다. 영화의 가제는 ‘적절한 여자’.
△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어찌되었던 모임이 됐고, 그렇다면 이 모임의 방향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완숙회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기술과 자립’이라는 거창한 키워드보다도 사실은, 있는 모습 그대로, 어디에서든지 즐겁게 잘 살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어쩌다 만들어진 모임이지만 무모하게 시도한 것들이 현실이 됐고, 앞으로도 이것저것 자립적으로 실험해보고 실천해보자는 모임. 여자들만의 세상을 구축하자는 것이 아닌, 모두가 적절히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
이쯤 되니 완숙회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매우 궁금해지는 바. 만약 완숙회의 다음 움직임이 궁금하다면 오는 11월25일과 26일 양일간 완주 에버팜에서 완주적정기술 숙녀회가 여는 ‘영국 탐방 숙년의 손木, by herself'에 관심을 가져 봐도 좋겠다. 영국 웨일즈 적정기술 자립 실천 사례 탐방기와 공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손기술익히기 워크숍, 그리고 지역살이, 청년살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