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작은 모임들] 완주 토종씨앗 모임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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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은 점점 자본에 잠식되어 가는 세계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완주토종씨앗’ 모임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씨앗의 중요성과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을 알고, 또 알리기 위해. 지난해 여름, 완주 지역에 사는 5명의 농부에게서 시작된 이 모임은 현재 10여명의 농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농부라고 해서 거창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아니다. 집 앞 작은 텃밭에 ‘먹을만큼’의 농사를 짓는 이들도 포함된다.
전국적으로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완주에서는 이 모임이 토종씨앗에 대한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첫 모임이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저녁이면 이들은 회원들의 집에 모여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토종씨앗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이들 스스로 토종씨앗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기적으로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 회의 형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다. 또 하나는 여러 가지 행사다. 씨앗을 판매한다기보다 씨앗을 ‘나누는’ 활동에 초점이 맞춰진다. 농사철인 봄·가을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을 전시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이 그것이다. 또 최근 큰 화두가 되고 있는 GMO(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완주토종씨앗 모임에서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의 종류는 30~40종. 나눔을 받기도 하고 나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 덕분인지 이들을 통해 토종씨앗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같은 지역 내 농부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씨앗을 이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최수원(53·고산)씨는 “우리 모임이 존재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토종씨앗’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다. 모임 이름만 들어도 토종씨앗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또 이런 활동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다솜(26·삼례)씨도 “전에는 우리에게 씨앗을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요새는 토종씨앗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저희에게 씨앗을 달라고 하는 농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종씨앗 농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개량종에 비해 수확량이 적고 때깔이 좋지 않아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농민들이 토종씨앗을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자가채종.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들은 스스로 땅에 뿌리를 내려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박수옥(44·화산)씨는 “처음에 이 모임을 알고도 선뜻 활동을 못했던 이유는 채종하는 과정을 알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서는 고생스럽고 인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집 앞 텃밭을 꾸려나가다 보니 토종씨앗에 대한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지난해 자가채종을 처음 시도하면서 땅과 생명 등 근본적인 것에 관심이 가져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계속해서 토종씨앗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교육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이종란(51·고산)씨는 “이 지역의 토종종자를 수집한 자료가 있어 그걸 토대로 씨앗 채집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더 나아가 우리 지역 뿐 아니라 전국 모임과의 연대를 통해서 활동도 확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