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다른 이름, 가족] 삼례 원후상마을 가족같은 그룹홈생활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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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고 자니깐 외롭지 않제"
삼례 원후상마을 가족같은 그룹홈생활
‘혼자’라는 단어는 왜인지 쓸쓸하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거니와, 혼자 자는 잠은 작은 인기척에도 무서울 때가 있다. 삼례읍 원후상 마을 경로당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지난해 2월께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경로당의 쓰지 않는 공간을 리모델링한 ‘공동생활 홈’이 있다. 마을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함께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단열 및 난방은 물론 주방·화장실·찜질방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이곳의 마을 어르신들은 늘 점심이면 함께 모여 식사를 하신다. 매일 정해진 당번이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여서 먹으면 꿀맛이야. 집에서 먹으면 맛이 없잖어. 친구들이 많으니까 여서 먹는 거지.”(이정교·88)
현재 이곳에서 함께 잠을 자는 인원은 모두 5명. 할머니들은 오전 7시 정도면 일어나 8시 정도 아침밥을 드신다. 이후에는 화투를 치거나 대화를 하시곤 하며, 저녁 9시가 넘으면 따뜻한 방바닥에서 잠자리에 드신다. 하루 종일 함께 생활을 해도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알고 지낸지 수 십 년 된 이웃이기 때문이다. 박복덕(91) 할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잠을 자니 외롭지 않아 좋다.
“한 동네서 사니 가족이지. 이웃사촌이란 말도 있지 않어? 친척은 멀리 사니까 어쩌다 한번 보는데 이웃들은 맨날 보잖어.”
농촌 공동생활 홈이라고 적힌 경로당 앞에서 어르신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웃들 사이에서도 부지런하기로 유명한 한금순(84) 할머니도 이곳에서 잠을 청한다.
“마음이 딱 맞는 사람이 어디 있어. 기냥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는 거야. 그러면 싸울 일도 없지. 나는 잠들기 전 텔레비전 볼 때가 젤로 좋아.”
공동생활 홈의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바로 찜질방이다. 월요일과 목요일 운영되는 곳으로, 공간은 좁지만 할머니들이 멀리 찜질방을 가지 않아도 되니 인기 만점이다.
“후끈후끈하니 찜질방이 좋아. 오늘도 밥 먹고 찜질 하려고 왔잖어.”(노순례·80)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이곳에서 여럿이 지내니 다들 좋아해. 재미있잖어.”(한순자·80)
밤에 무섭지 않아 좋고, 외롭지 않아 좋은 공간. 그리고 그 옆에 늘 함께하는 이웃.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하는 것이 이들이 오늘도 가족으로 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