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이 없는 곳. 유상마을] 임문자 할머니댁 겨울 김장 풍경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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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5일 오전 임문자 할머니 댁.
집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출동했다. 할머니는 물론 큰 아들, 작은 아들 내외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오늘은 임 할머니 댁 김장하는 날이다. 아니, 잔칫날이다.
나무 불 뗀 아궁이에는 돼지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숯불 위에는 쇠고기가 익어간다. 불 그을음을 맛깔나게 입은 가래떡에 뜨끈한 두부까지. 이런 날에 막걸리가 빠지면 안된다. 이거야말로 잔치다.
오씨 집안 김장 경력 23년차에 접어든 작은 며느리 김은희씨. 은희씨는 “김장 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 힘들기는 해도 가족들이 모이니 재미있다. 배추를 씻고 힘쓰는 일은 남자들이 하고 양념 버무리는 등의 섬세한 일은 여자들이 한다”고 말했다.
임 할머니의 김치에는 재료만 해도 20여 종이 넘게 들어간다. 멸치, 다시마, 명태, 밴댕이, 대파 등으로 낸 육수, 거기에 밤, 배, 미나리, 생강, 청각 등.
작은 아들 오태일씨는 “우리 어머니 김치에는 좋은 재료만 들어간다. 고추, 마늘, 생강, 배추 등 전부 다 어머니가 지으신 거”라고 말했다.
실은 이날 김장은 핑계고, 가족들 얼굴 보자고 모인 자리라고.
큰 아들 오유일씨는 “김장을 핑계로 온 가족이 모였다. 오늘은 아내하고 여동생이 일이 있어서 못 왔는데, 대신 맛있는 음식들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임 할머니는 “자식들이 바쁜데 이렇게 모여서 같이 김치도 담아주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니 기분이 참 좋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