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있는 이달의 그림책 키워드 - 음식 이야기, 자전적 에세이, 그리운 이를 떠올리며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씀ㅣ정혜윤 옮김ㅣ문학동네ㅣ224쪽ㅣ2022ㅣ16,000원 저마다의 ‘인생 OO’를 나누다 보면,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지향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인생 영화’로 우당탕탕 <극한직업>을 꼽는 사람과 잔잔한 <시월애>를 꼽는 사람 사이를 가늠해 보는 재미는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 태어난 축복을 누리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생 음식은? 죽기 전에 딱 하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어떤 음식을 떠올리게 될까.
그리고 하나의 음식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될 수 있을까? 세련된 패션 취향과 음식에 관해서는 다소 극성일 정도로 확고한 기준을 가진 한국인 엄마와 있는 듯 없는 듯 어른아이 같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미셸은 한인 2세다.
미셸은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지 만 다른 엄마들과는 사뭇 다른 엄마 덕분에 미국 안에서 한국을 듬뿍(?) 느끼며 살아간다. 25살, 이모와 엄마를 모두 암으로 잃으며 혹처럼 달린 상실을 견디는 미셸은 엄마가 해주던 한국 음식들로 스스로를 치유한다.
미국판 <리틀 포레스트>까지는 아니어도 큰 이야기 줄기는 비슷하다. 음식으로 기억을 되살려 추억으로 바꾸어 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이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도 손님만 오면 만들던 양념 갈비, 고소한 잣죽, 손가락에 끼워 먹는 짱구과자 등 음식에 깃들어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침이 고이고, 눈물이 흐른다.
한국인 특유의 씩씩함이 글 속에 배어 있는 건지는 몰라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눈은 부어 있고 어느새 배가 고프다. 책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며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에 관해 오래 생각해왔고,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이 변했다.
요즘은 ‘누구에게 권해도 모두가 재밌게 잘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준으로 보자면 <H마트에서 울다> 는 분명 좋은 책이다.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자전적인 에세이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미셸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봄을 기다리며, 그리운 이를 떠올리며 한번쯤 읽어 볼 수 있는 좋은 책, <H마트에서 울다> 를 권한다. [정보] 림보책방 주소_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고산면 고산로 70-6 2층 문의_ 063-717-7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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