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마을 할머니는 포토그래퍼 사진기록책 ‘ 아느작아느작 꽃마실 ’ 펴내 어느 날 막내딸이 ‘ 아버지 약주 한 병만 잡수시라 ’ 고 ‘ 병만 ’ 이라 이름 지어 개를 한 마리 데려왔다 . 박복순 어르신은 이 늦둥이 ‘ 병만 ’ 을 사진에 담았다 .
최은주 어르신은 집 마당의 꽃이며 나무며 돌 등을 몇 번이고 찍었는데 남편이 생전에 가꿔준 당신만의 정원이었다 . 올여름 미러리스 카메라를 든 어르신들로 화정마을이 들썩였다 . 마음만 앞서가는 몸을 이끌고 어르신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 몇 분은 보조기구에 의지해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
한여름 푹푹 내리쬐는 뙤약볕도 그 걸음을 막지 못했다 . 호흡이 가빠오고 구슬땀이 쉴새 없이 흘러도 마음이 신나니 평소보다 기운이 솟은 것일까 . 어르신들은 우슬 핀 집도 찍고 고추밭도 찍고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 , 장독대 , 감나무 , 문 앞의 잎새도 찍었다 .
이른바 화정마을 할머니 사진기록단에 참여한 박복순 어르신은 “ 이런 늙은이가 이렇게 한다는 것이 굉장히 실감있게 재밌었다 ” 고 했다 . 화정마을 할머니 사진기록단은 ‘ 전라북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사업 ’ 의 지원을 받아 올여름 탄생했다 .
완주군과 완주미디어센터가 기획하고 권복순 , 김정자 , 박복순 , 신옥리 , 오율례 , 이덕순 , 이복순 , 이장순 , 이칠월 , 조북현 , 최은주 , 최장금 등 화정마을 어르신 열두 분이 참여했다 . 활동을 지원한 미디어 교사 이경선 씨는 “ 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활동이었다 .
고향을 떠난 분들이나 기억하고 싶은 분들과 마을을 공유하고 또 어머니들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법을 배워 교육이 끝나더라도 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였다 ” 고 밝혔다 .
이번에 펴낸 ‘ 아느작아느작 꽃마실 ’ 은 올해 활동의 결과물이자 화정마을 사진기록단의 첫 기록물인 셈인데 북 치고 놀던 북당골 , 꽃이 피던 옛 빨래터 꽃남정 , 버스정류장 , 안골 , 뒤지매 , 웃거티 , 아랫거티 , 상당 , 새 동네까지 어르신들이 손수 찍어 기록한 화정마을 곳곳의 정경과 이경선 씨가 듣고 정리한 이야기를 120 여 쪽 분량에 담았다 .
김석원 이장은 “ 자녀들이나 마을에 역사가 하나 생겼다 . 사진 찍는 거 봤는데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시고 활기가 넘쳤다 . 어디서 이런 기쁨을 느끼겠나 .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기회다 . 어르신들이 살아있음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 고 말했다 . 최은주 어르신은 “ 안 힘들고 재밌었다 .
다들 만족감을 갖고 참여했다 ” 며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 책은 비매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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