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어라공동체 · 2018.12.04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액운을 쫒는 가장 ‘맛있는’ 비법, 12월의 단팥죽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8.12.04 11:49 조회 3,127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8] 액운을 쫒는 가장 ‘ 맛있는 ’ 비법 , 12 월의 단팥죽 완주시니어클럽 빨간콩의 요리 완주에 와서 귀촌한 사람들이 느끼는 지역의 정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 그리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 오랜 시간 지켜본 완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다 .

완주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할머니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 그리고 할머니들께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고 , 함께 밥상에 둘러 앉아 가족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 이런 계기로 시작한 할미레시피가 어느 덧 1 년이 지났다 .

DSC00815
DSC00815

매달 어떤 아이템으로 할머니를 만날지 고민하는데 , 12 월을 위해 아껴둔 음식이 있었다 . 바로 ‘ 팥죽 ’ 이다 . 어린 시절부터 동지에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는 반복학습 덕분인지 평소에도 좋아하던 팥죽이 이맘 때가 되면 더 자주 생각난다 .

올 여름 봉동 읍내 파출소 로터리에서 만경강 방향으로 걷다가 새로 생긴 ‘ 빨간콩 ’ 이라는 팥죽집 간판을 보게 됐다 . 1 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데 , 2 층에서 막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신 할머니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

“ 여기 팥죽 맛있어 한번 먹으러 와 .” 얼마나 맛있으면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말씀하실까 ? 서울에 살 때 맛있다는 팥죽집은 다 다녀볼 정도로 팥죽마니아였던 나는 이 말을 듣고 당장 뛰어가 먹어볼 법도 했다 .

하지만 지난 여름 내내 지속된 100 년만의 무더위 때문인지 나는 뜨거운 팥죽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 계절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인지 부쩍 추워진 지난 달 바로 팥죽을 먹으러 갔다 . 드디어 만나게 된 빨간콩의 팥죽은 달지도 짜지도 않고 , 텁텁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단팥죽이었다 .

나는 밥알이 동동 떠 있는 고소한 팥죽도 좋아하지만 , 단팥죽을 더 좋아한다 . 진하게 우러나온 팥물에 부드러운 새알이 동동 떠 있어 호로록 넘겨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는 이곳의 단팥죽에 홀딱 반해서 매주 한번씩 들렀다 .

동짓날에는 액운도 쫓을겸 한번 직접 해볼까 해서 할머니께 단팥죽 비법을 알려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고 , 흔쾌히 알려주셨다 . 빨간콩은 완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

봉동 새참수레의 주방장이셨던 오미자 할머니 (70) 와 함께 일명 ‘ 자자매 ’ 라 불린다는 안숙자 할머니 (73) 와 김춘자 할머니 (68), 세분이 일하고 계신다 . 마침 취재하러 간 날에는 한 분은 김장을 하러 가시고 두 분이 일하고 계셨다 .

“ 팥죽을 워낙에 좋아해서 전주로 맛있다는 집은 싹다 댕겼어 ” 할머니들은 팥죽 장사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 음식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오미자 할머니는 여태껏 수십번도 더 해봤을 팥죽이지만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더 열심히 연구를 하셨다 .

“ 어떤 사람은 너무 달다고 하고 , 어떤 사람은 묽다고 하고 또 되다고 하고 손님들 입맛이 다 달라서 음식 장사가 힘든데 그만큼 보람이 있어 .”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어떤지 평가를 듣는 일만큼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가 또 있을까 ?

할머니들은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십번 시도해 보고 , 주변의 조언도 구해서 지금의 팥죽을 완성했다고 한다 . 올해 동지는 12 월 22 일이다 . “ 동짓날이면 항상 팥죽을 해먹었어 .

어린 시절에는 팥죽을 쑤어 막 뿌렸던 기억도 나 ” 지금은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예전에는 팥죽을 대문이나 문 근처 벽에 뿌려 악귀를 쫓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 액운을 쫒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 , 이런 음식 문화를 만든 조상님들의 은혜에 감사할 일이다 .

할머니들과 얘기하면서 주방을 오가며 팥죽 비법을 배우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 오늘의 첫 손님은 방금 생강골 목욕탕에 갔다가 따끈한 단팥죽이 생각나서 오신 할머니 두 분이다 . “ 다녀본 중 여가 젤로 맛있어 ” 라며 자리에 앉으신다 .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 저런 대화를 하시는데 두분의 대화가 어찌나 재밌는지 귀에 쏙쏙 박힌다 . “ 어느덧 나이만 몽땅 집어먹었어 . 그래도 아들 셋을 여우니 이제 걱정없어 ” 오미자 할머니께서는 한그릇 먹고 가라며 내게도 팥죽을 한그릇 떠주셨다 .

팥죽 때문일까 아니면 구수한 입담이 가득한 이곳의 분위기 때문일까 ? 나도 뱃속이 뜨뜻해지는 걸 느꼈다 . “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 “ 몸은 피곤해도 일하는 게 재밌어 ” 할머니 두분이 손님들이 오기 전에 하신 말씀이다 .

이 얘기를 들어서인지 손님 한분 한분을 위해 팥죽을 끓여내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 나에게 있어 몸이 피곤해도 재밌는 일이란 무엇일까 ? 나는 할머니가 되면 어떤 일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을까 ? 한해를 마무리하는 12 월 생각해봐야 할 화두를 갖게 되었다 .

* 빨간콩 - 운영시간 : 평일 11 시 ~2 시 - 위치 :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160-1 - 메뉴 : 단팥죽 , 단호박죽 ( 보리밥 서비스 ) - 전화번호 : 063-261-4289 ( 영업시간 내 ) 063-261-4288 ( 그 외 시간대 예약전화 ) 할머니의 단팥죽 비법 1 .

새알을 만들어 둔다 . -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방앗간에서 쪄와서 뜨거운 물에 익반죽을 하고 동그랗게 만들어 둔다 . - 근처 방앗간에서 새알용 반죽을 주문할 수도 있다 . 2. 단팥은 불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서 물에 끓인다 .

- 진한색의 단팥죽을 만들려면 단팥을 미리 물에 불려 놓지 않고 바로 끓여야 한다 . - 처음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인다 . - 양에 따라 다르지만 2~3 시간 정도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끓인다 .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쉽게 뭉개질때까지 끓인다 . 3.

단팥이 다 익으면 완전히 식혀두었다가 체에 걸러 앙금을 내리고 껍질은 걸러둔다 . - 이 때 잘 내려지지 않으면 물을 조금씩 내려가면서 내린다 . 4. 체에 내린 앙금으로 물을 넣어 각자 기호에 맞게 농도를 조절하며 팥죽을 끓인다. .

- 팥죽을 끓이다가 농도가 처음보다 되직해지고 큰 기포가 생기면 미리 만들어둔 새알심을 넣는다 . - 설탕을 넣으며 단맛을 조절하고 , 먹기 전에 소금으로 간을 한다 . tip) 팥앙금은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팥죽이 먹고 싶을 때 물을 더 넣고 끓인다 .

팥앙금이 금방 쉴 수 있으니 조금씩 해서 먹거나 , 보관이 더 필요한 경우 2~3 일에 한번씩 끓여준다 .

현장 사진

액운을 쫒는 가장 ‘맛있는’ 비법, 12월의 단팥죽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