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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4.09.19

완주의 문화예술인들

01 수채화 화가 정상현 씨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4.09.19 11:38 조회 2,19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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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 그걸 전하려는 마음 수채화 화가 정상현 씨 그림 좋은데? 미술부 안 해볼래?” 이리동중 1학년 미술 시간. 감나무 스케치가 마음에 들었는지 선생님은 그 그림을 액자에 넣어 교실에 건 뒤 모나미 물감, 수채화 이젤, 켄트지를 주면서 미술부 활동을 권했다.

전주 작업실에서 몰두하는 정상현 작가
전주 작업실에서 몰두하는 정상현 작가

정상현 작가의 수채화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이리고 1학년 미술 시간에 정물화를 그렸는데 당시 미술선생님도 그림이 좋다며 액자에 넣어 교실에 걸어 놓으셨다. 졸업하며 돌려받은 이 그림을 평생 간직해 오고 있다.

정상현 작가는 전북 익산에서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화가라 불릴 줄은 몰랐다. 학창시절 스승의 칭찬과 응원이 소년의 재능을 깨웠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붓을 들게 한다.

“마음의 여백을 채우듯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아쉬운 장면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는 말이 있잖아요.

어느덧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에 순응하고 주위의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힐링도 되고 수양도 되는 그림 그리기를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정상현 작가는 우석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자치행정학회 회장, 전북사생회 회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우석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 전미회 이사, 완주문화재단 이사, 바이올렛아티스트갤러리 관장, 인권교육 강사 등으로 왕성한 예술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종종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도 돕고 있는데 “직업을 선택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동시에 고려하되, 내적 갈등이 일어나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후 좋아하는 일과 병행하는 게 전문화 시대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걸어온 삶이다. 왜 수채화였습니까 처음에 접한 게 수채화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물감과 물만 있으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재료 구하기도 수월하고. 유화는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제가 유독 유화물감의 냄새에 민감한 것 같아요.

수채화도 투명, 불투명, 번짐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림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많이 보고 꾸준히 그리고 있어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동료작가를 찾기도 합니다. 일요화가회라고 있었는데 일요일마다 만나 야외에 나가 같이 그림을 그리는 모임이었어요.

96년 고1 때 그려 교실에 걸어놓았던 정물화
96년 고1 때 그려 교실에 걸어놓았던 정물화

지금은 돌아가신 하반영 선생께서 당시 지도교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 즉 작품활동과 교류활동 속에서 자연스레 습득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게 고행 같은 거지만 직·간접적 교류를 통해 영향을 주고받잖아요. 직업이 예술적 성취를 방해하진 않았습니까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술가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풍경을 많이 그리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좋아해요. 가만히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나와 같은 감동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립니다. 내 그림을 통해 산야의 아름다움을 보고 또 상상하며 확장해 가길 바랍니다. 특별히 애착 가는 작품이 있나요 ‘행복한 미소’라는 작품입니다. 2012년에 완성한 작품인데 2016년 개인전 도록에 실려 있습니다.

좋아하는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사랑의 결실로 자녀가 태어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그 의미 때문인지 저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누가 팔라고 하는데도 안 팔고 화실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를 들자면 ‘숲속의 연인’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벌레 먹은 나뭇잎이 모티브인데 사랑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운 환경이라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둘 다 2018년에 완성했는데 그 시기에 사랑의 의미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행복한 미소 40.9x31.8cm
행복한 미소 40.9x31.8cm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리다 보면 마음에 사랑이 머무르게 되고 귀중한 생명 같은 작품이 탄생하는데 이 두 작품이 그런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시련은 없었습니까 그림이 잘 그려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시련이라고 할 만한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50대 전에는 그림이 안 될 때마다 나 자신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더 깊게 배워야 하나 하는 조바심도 났어요. 그런데 전공자나 전업 작가들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많더라고요. 남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이랄까. 예술가로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죠 예술가는 어떤 사물, 어떤 풍경이 됐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전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2016년 개인전 때 도록에 ‘그림 이야기’라는 시를 써 봤어요. 이게 제가 예술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새 어린 친구들을 만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그림을 통한 교육기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의 사례가 그 친구들의 진로선택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무엇보다 계속 그려야죠. 그룹전이나 개인전 같은 전시회도 열고요. ※ 본 지면은 완주문화재단의 '완주예술발굴·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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