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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1.05.11

사람의 노래

7.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1.05.11 16:24 조회 2,5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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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자, 이영설 어르신 완주문화재단의 한달살기가 끝날 무렵 , 곧장 서울로 돌아가기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한두 달 정도만 여유 있게 더 있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 지역 특성상 머물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

별 수 없지 뭐 , 처음 계획처럼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맘을 먹을 때 쯤 , 박화자 , 이영설 어르신을 만났다 . 자식을 길러낸 큰 집을 보여주셨고 , 집안에는 가족사진이 어느 벽 하나 비워두지 않고 가득 붙어있었다 .

김민경 작곡가 사진)박화자, 이영설 어르신
김민경 작곡가 사진)박화자, 이영설 어르신

활짝 웃는 얼굴로 컵 한 가득 물 한 잔을 주시며 맛보라고 , 참 달다는 말씀에 마을과 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 게다가 번듯한 집에 비해 너무나도 착한 가격에 계획한 두 달 후에는 잠깐씩 와서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연세로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

사람들은 집 구하기 힘든 화산에서 참 운이 좋다고 말했지만 ,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집을 구한 것뿐이 아니었다 . 한달살기를 마치고 이곳으로 작은 짐들을 옮기니 날이 슬슬 추워졌고 방을 좀 데워볼까 하고 들어간 보일러실에는 기름이 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어르신이 새로 사람 들어온다고 난방기름과 부엌에서 쓸 가스를 준비해주신 것이다 . 관계를 계산에 의해서 생각하던 나는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 지금 생각에 나이 먹은 처자가 혼자 머물 곳을 찾는다니 자식생각하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미리 챙겨주신 것 같다 .

그런 마음은 마주칠 때마다 항상 활짝 웃는 얼굴로 맛난 음식과 채소를 나눠주시고 불편함 없는지 항상 돌봐주심에도 느낄 수 있었다 . 이런 보살핌에도 계산적인 생각을 쉽게 버릴 수 없고 , 게으르기까지 한 나는 잠깐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에 남의 집에 피해만 주지말자라는 생각으로 집을 대했다 .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오며가며 , 이것 좀 치워라 , 여기가 좀 지저분하네 등 잔소리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 항상 웃는 얼굴로 집에서 심심하지 않은지 , 어디를 나가는지 , 일찍 들어오라는 따스한 말들만 하셨다 .

전입을 결심했을 때 시골사람들이 세상 제일 무섭다는 서울친구들과 부모님의 말씀이 맞는 면도 있겠지만 , 우리집 어르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내가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은 일에도 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 하나라도 더 주시며 사랑을 표현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모두 잘되어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부모님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 모습이 당연히 여겨지고 동시에 부러운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어르신들 살아오신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으셨을까 .

자신이 이루어낸 것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을 믿지 않고 , 가정 또한 사라지게 방치하는 , 내가 아는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의 삶과 그 과정이 그리 다르지 않았을 텐데 , 이분들이 마음의 평안과 가정을 지켜내신 힘과 지혜가 정말 존경스럽다 .

이영설 어르신은 며칠 전에도 드럼통을 지게에 메시고는 느릿느릿 산으로 오르셨다 . 산에 이리저리 자라는 나물과 열매들을 헤집어놓는 멧돼지를 잡아야겠다며 , 잡히면 같이 고기를 나누어먹자고 하신다 .

한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서도 “ 어르신 ~” 하고 부르면 언제나 너무나도 반가운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신다 .

사진을 한 장 찍자는 요청에 우선 계란과 참외를 내 입에 넣어주시고는 며칠 전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이 선물로 준 한없이 고운 옷을 챙기시며 “ 나이든 사람 찍어서 뭐하게 ” 하시지만 이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셨는지 한번에 느낄 수 있는 환한 웃음은 사진을 뚫고 나온다 .

어르신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보며 ,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 이분들처럼 행복하고 평안한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 / 김민경 (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

현장 사진

7. 나이가 들면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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