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헤어샵 주인장 김주연 씨가 머리 손질을 위해 찾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장 골목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 거리에 한식당이 대부분이었던 전통시장 인근에 생소한 이름의 간판이 걸렸다 . 가게에 들어서니 가격표도 한글과 베트남어 두 가지로 적혀있었다 .
베트남 식당에는 어르신들이 입맛에 잘 맞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주여성이 운영하는 미용실에는 젊은 청년이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 우리 곁에 다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풍경 중 하나다 . 각 도시뿐 아니라 완주에서도 외국인 이주자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
그중에서 이주여성들이 운영하는 가게 세 곳을 찾았다 . 각자 출발점도 다르고 도달하게 될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했다 . ■ 노력으로 이뤄낸 나만의 가게 _ 포 보 (PHO BO), 주인장 박보영 씨 고산미소시장에 위치한 상가 건물 앞 .
베트남 전통모자인 ‘ 논라 ’ 그림이 그려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알싸한 고수 향이 풍겼다 . 지난 4 월 30 일부터 문을 연 쌀국수 전문점 ‘ 포 보 (PHO BO)’ 에서 이주여성 박보영 (31) 씨가 찾아온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 점심시간이 되면 빈자리가 없을 만큼 반응이 좋은 편이다 .
가게 ‘ 포 보 ’ 주인장 보영 씨는 한국에 오기 이전에 베트남에서 옷가게를 운영했었다 . 평소에도 옷이나 유행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곳에서도 옷 장사를 하는 꿈을 가졌다 .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해보면서 , 각 나라의 옷 문화가 확연히 다른 것을 체감했다 .
옷가게의 꿈은 접었지만 , 대신에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인 쌀국수로 가게를 열어보기로 했다 . “ 예전부터 남편이 쌀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베트남에 가면 하루에 두 끼는 쌀국수를 먹었어요 .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어서 자신 있는 요리가 됐어요 .
장난삼아 ‘ 나중에 쌀국수 가게 차려도 되겠다 ’ 고 말했던 게 정말로 이뤄졌네요 .” 2013 년 한국으로 온 보영 씨는 어느덧 한식도 뚝딱 만들어내는 살림꾼이 됐다 . 지금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그간 쉬지 않고 노력한 덕분이었다 . 또 옆에서 항상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보영씨의 휴대전화에는 그동안 요리한 한국음식 사진들이 가득했다. “ 요리를 할 때 누군가가 먹게 될 한 끼를 정성들여서 만드는 편이에요 . 장사를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하고 있고요 .
처음에 한국 왔을 때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레시피도 많이 찾아보고 매일 하루에 하나씩 공부 했어요 .” 타국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았지만 보영 씨에게 포기란 없었다 . 요리도 독학으로 공부했듯 한국 문화와 한글도 혼자서 익혔다 .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일단 부딪혀 봤던 것이다 .
“ 내 가게를 갖게 되면서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요 . 너무 이국적인 맛에 거부감을 느낄까봐 걱정돼서 손님들 반응도 그때 그때 살피고 있어요 .
누구든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죠 .” ■ 꿈꿔 왔던 가게 , 이제부터 시작 _ 사이공 (SAIGON) 주인장 김정인 씨 봉동에 위치한 베트남 식당 ‘ 사이공 ’. 아담한 규모의 가게에는 주인장 김정인 (39) 씨가 재료준비로 분주했다 .
이곳은 반미 ( 베트남식 샌드위치 ) 전문점으로 지난 4 월 9 일 문을 열었다 . 2004 년에 한국에 온 정인 씨는 지금까지 해본 일들이 다양했다 . 처음에는 자동차부품회사에 7 년간 다녔고 그 뒤로는 식당 아르바이트 , 구제 옷가게 운영을 했다 .
식당에서 서빙이나 요리 보조를 맡았을 땐 직원들에게 가끔 베트남 음식을 선보이곤 했다 . “ 옛날엔 외국 음식을 좀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 근데 제가 한국 사람들한테 베트남 음식을 해서 주면 맛있게 잘 먹더라고요 .
그래서 언젠간 식당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이제 어엿한 식당 사장이 된 정인 씨 . 그는 이전부터 줄곧 자신만의 가게를 꾸리는 게 꿈이었다 . 자동차부품 회사를 다닐 땐 제품회사를 차리는 게 목표였고 , 어느 정도 돈이 모였을 때 구제 옷가게를 열었다 .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 때문이었다 . “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인이랑 외국인들이랑 대우라던가 돈 받는 게 달라요 . 오히려 더 힘든 일을 해도 돈은 더 적게 받기도 하고요 .
그래서 저는 회사나 가게를 차려서 주변에 일없는 사람들이나 우리 가족들을 먼저 챙기고 싶었어요 .” 그 렇게 엄마와 함께 옷가게를 시작했지만 가게 운영은 쉽지 않았다 . 특히 코로나 19 로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 “ 옷가게를 2 년간 했는데 그건 저랑 안 맞았는지 잘 안 됐어요 . 그래서 식당을 생각하게 됐어요 . 제 음식을 먹어본 친구들은 다른 곳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고 그랬거든요 .
나중에 돈이 많아지면 ‘ 베한식당 ’ 이라고 이름 짓고 베트남 , 한국 음식을 둘 다 팔고 싶어요 .” ■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일 _ 주연헤어샵 주인장 김주연 씨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실 ‘ 주연헤어샵 ’ 을 운영하는 김주연 (37) 씨는 오랜 미용경력이 곧 장사의 비결이다 .
그는 베트남에서 4 년간 미용사로 일했고 , 한국에서 미용자격증을 취득한 뒤 5 년간 미용실에서 일했다 . 그리고 2018 년 8 월에 자신만의 가게 문을 열었다 . “ 미용실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아이들도 키워야 했고 돈도 부족해서 어려웠죠 .
제가 한국에 2008 년에 왔는데 딱 10 년 만에 가게를 차린 거예요 .” 친근한 말투가 장점인 주연 씨는 단골도 여럿 있다 . 주로 50~60 대 연령층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한국인보다 외국인 고객이 더 많은 편이다 . 하지만 이주여성으로서 지금의 가게를 갖추는 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
“ 어떤 사람들은 가게에 들어왔다가 제 얼굴을 보고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나간 적도 있었어요 .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
옆에서 저보고 머리 잘한다고 위로해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힘이 났어요 .” 주연 씨는 가게에 없을 때 취미로 베트남 채소 농사를 짓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가게 휴무일인 목요일에는 어르신 미용 봉사활동에 나간다 . 전주에 위치한 요양복지센터부터 화산 , 운주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
“ 봉사활동이 두 시간 정도면 끝나서 별로 힘들다고 생각 안 해요 . 가게에 오전에는 손님이 없어서 오전에만 잠깐 하기도 해요 . 꼭 저한테 머리 받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그럴 때 뿌듯해요 .
저는 미용하는 게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 완주문화재단은 2021 년 무지개다리사업을 통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 소수다 > 운영 , 완주문화다양성 정책 TFT 운영 , 문화다양성 캠페인 및 주간행사 ,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핵심 활동 주체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며 문화다양성 필요성을 인식하는 지역 분위기 확립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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