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낯설던 새댁 문화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 ② 소양면 김다은 문화이장 소양천 따라 쭉 이어진 길을 거닐다 보면 평리마을에 닿는다. 어르신이나 귀촌 가구가 대부분이었던 이곳에 젊은 새댁이 찾아왔다 . 그와 동시에 황량했던 마을 청년회관에 따뜻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
회관은 금세 아늑한 극장이 되고 , 예술 교실로 변하기도 했다 . 코로나 19 로 주춤했던 주민들 일상에 활력이 생겨난 것이다 . 소양면 문화이장 김다은 (37) 씨가 이끌어낸 변화로 인해 마을 곳곳에 웃음꽃이 퍼져나갔다 .
마을회관에 새 숨을 불어넣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도권 지역에서만 줄곧 지내온 김다은 씨는 2018 년 2 월 완주에 이사 왔다 . 처음엔 봉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냈지만 1 년 뒤 평리마을에 집을 짓고 시부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
그는 완주에 온지 1 년도 채 되지 않아 여러 사업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 . 김다은 씨는 “ 아파트에 있을 때 부녀회에 나갔는데 어머님들 중에 서류작업 할 수 있는 분이 없다고 해서 아파트르네상스 사업도 하게 됐다 .
완주에서는 발품 팔아 움직이면 해볼 수 있는 게 많단 걸 그때 알게 됐다 ” 고 말했다 . 그렇게 2018 년부터 2 년 간 공동체사업을 맡았고 2020 년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 . 곧이어 그는 이전부터 관심을 뒀던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 4 기에 지원했고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문화를 연결하는 역할로서 앞장서기 시작했다 . 다은 씨는 “ 예전부터 문화예술분야로 일을 해왔다 보니 완주에서도 이 재능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
또 지역에 연고가 없다 보니 사람과 소통하는 기회도 마련해보고자 한 것 ” 이라며 “ 점점 고립되어가는 것 같아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 고 말했다 . 그가 문화이장을 맡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 청년회관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
평리마을에는 경로당과 청년회관 각각 두 건물의 마을회관이 있는데 , 이중 청년회관은 5 년 넘게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고 썰렁한 기운이 맴돌았었다 . 다은 씨는 이곳을 발견하고서 문화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
그는 먼저 두 팔을 걷어붙여 묵은 때를 벗겨냈고 황량했던 회관은 하나둘씩 모양을 갖춰나갔다 . 김 씨는 “ 지원사업을 통해서 1 층은 아기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에어바운스를 설치했다 .
2 층은 원래 체력단련실이었는데 주민들이 사용을 잘 안 해서 거울이랑 책 같은 걸 함께 놓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고 말했다 . 예술로 만난 우리 마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다은 씨는 춤과 멀어져 본 적이 없었다 .
초 · 중등 시절에는 댄스동아리 활동을 했고 이후 재즈댄스 , 현대무용을 배워 무용과에 들어갔다 . 그는 길거리 무대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현재는 움직임을 매개로 심리를 치료하는 ‘ 무용치료 ’ 를 전공하고 있다 .
과거에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명 받았지만 이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 김 씨는 “ 무대예술 하고 나면 박수는 받았지만 그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있었다 . 언제부턴가 움직임을 통해서 치유되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 사람들과 함께하는 예술을 해보고 싶었다 .
그래서 관련된 석사 공부를 했고 직업도 자연스레 바뀐 것 ” 이라고 설명했다 . 이전에는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왔던 다은 씨는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예술을 표방하기로 한 것이다 . 2020 년 , 문화이장을 시작한 첫 해였다 .
이때 다은 씨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지역문화인력사업 양성과정을 통해서 프로젝트비를 지원받았다 . 당시 그는 동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레시피를 발굴했다 . 주로 전라도 음식을 만들었는데 돼지짜글이 , 장떡 , 물갈비 등이 있었다 . 어르신들과 단순히 요리만 했던 건 아니었다 .
그 음식에 담긴 추억에도 함께 젖어들었다 . 접시마다 어린 시절 부엌에서 요리하던 엄마 모습도 , 남편이 생전에 즐겨먹던 반찬이 담겨있었다 . 그는 “ 미술선생님이랑 협업해서 어르신들의 요리 레시피를 그림으로 그려 엽서를 만들었다 .
또 그날 잔치를 열어서 마을 주민들이랑 음식도 나눠먹고 미디어센터 ‘ 찾아가는 마을극장 ’ 을 통해 영화도 봤다 ” 며 “ 어르신들과 함께 뭘 한다는 자체가 재밌어서 즐겁게 임했다 ” 며 웃었다 . 다은 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
코로나 19 로 모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였다 . 지난해 그는 문화이장 자기주도 프로젝트 ‘ 예술로 만나다 ’ 를 통해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 이번엔 그의 전공을 살려 체조와 미술을 접목시켰다 . 이는 5 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
간단한 동작으로 몸 풀기를 한 다음에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 어르신들이 처음엔 어색해하다가도 끝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을 표했다 . 다섯 번에 걸쳐 수업이 이뤄진 다음 , 마지막 시간에는 그림 전시회와 영화상영회를 열었다 .
다은 씨는 “ 어떤 동작을 해야 건강에 좋은지 아시더라도 집에 있으면 막상 안 하게 된다 . 밖에 나와 사람들하고 같이 스트레칭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 며 “ 어르신들과 모여서 신나는 음악 틀고 간단한 동작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셨다 ” 고 말했다 .
김다은 문화이장이 진행한 다양한 문화수업들. 지역은 곧 아이가 살아갈 터전 평리마을을 비롯한 소양 지역은 완주군에서 고립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 지리적 특성 상 전주와 인접하여 시내로 나가기 편리한 부분도 있지만 그에 따른 역효과도 있다 .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활동을 하려면 전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일쑤였다 . 다은 씨가 문화이장으로서 문화매개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도 이러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 김 씨는 “ 이제 막 돌 지난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여기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고민이 더 깊어졌다 .
아이들이 이 동네에서 문화적 , 사회적으로 소외당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기에 다른 분들과 천천히 노력해 나가는 중 ” 이라고 밝혔다 . 행동력이 빠른 다은 씨는 지난해 주변 젊은 엄마들과 공동체 ‘ 맘앤맘 ’ 을 설립했다 . 공동체는 여섯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소양에 거주한다 .
그는 처음엔 실무를 담당했다가 올해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 다은 씨는 “ 초등학교에서는 돌봄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지만 영 · 유아 아동 같은 경우에는 엄마 혼자서 독박육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전주에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동네에서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 고 말했다 .
올해 문화이장으로서 임기는 마치지만 문화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는 다은 씨 . 이는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도 , 아이도 , 엄마도 모두 행복한 삶을 소망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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