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 소수다의 서재 in 완주 ’ 엄마의 방학 북토크 마침내 같은 곳에서 만난 엄마들의 ‘ 살아갈 결심 ’ 만경강 자락에 위치한 봉동 신성리의 한 아파트 . 5 월 26 일 오전 10 시가 되자 기다란 탁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앉기 시작했다 .
누군가의 집보다는 책방이나 작업실에 가까워 보이는 이곳 .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곳엔 푹신한 소파와 책상이 있고 곳곳에 놓인 책장에는 여러 책이 꽂혀있다 .
문화공동체 ‘ 엄마의 방학 ’ 김지영 (49)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 ‘ 딩가딩가 ’ 는 엄마들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작업실이자 쉼터 , 수다방이 된다 . 이날은 강윤미 시인과 함께하는 ‘ 작가와의 대화 ’ 및 참여자들이 꼽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
■ 작가와 엄마의 경계선에서 2023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 소수다의 서재 ’ 는 완주군에 있는 공공도서관 ,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독립서점 및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이뤄지는 지역특화 문화다양성 사업이다 .
‘ 소수다의 서재 ’ 에서는 완주군 지역 곳곳에 있는 도서관 및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다양성 도서 큐레이션 전시 ,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열렸다 . 모두 12 곳의 공간에서는 책을 매개로 동물권 , 전통문화 , 환경 , 생태 , 이주민 등 다양한 주제를 주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
이중 공동체 ‘ 엄마의 방학 ’ 에서 운영하는 공유 공간 ‘ 딩가딩가 ’ 에서는 돌봄 , 젠더를 주제로 5 월 21 일부터 27 일까지 전시 및 북토크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
엄마의 방학 김지영 대표는 “ 그동안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아왔던 우리들이 자신도 돌보는 삶으로 살아가는 결심을 하게 된 순간을 떠올리며 이와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 또한 강윤미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도 나눠봤다 ” 고 말했다 .
이날 북토크에서는 강윤미 작가가 본인의 작품에 대해 , 또 자식을 둔 엄마와 작가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 제주도가 고향인 강윤미 시인은 꿈을 좇기 위해 섬을 떠나 낯선 육지에 닿았고 마침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게 된다 .
하지만 당시 그는 만삭의 몸이었고 ‘ 엄마 ’ 라는 이름과 ‘ 시인 ’ 이라는 이름을 같은 해에 얻게 된다 . 강 작가는 “ 아이는 당장 배고프다고 울고 보채지만 시는 입이 없었다 . 둘째 아이까지 낳고 젖을 물리느라 8 년 동안 시를 쓰지 못 했다 .
쓰지 않는 내가 ‘ 시인 ’ 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어 괴로웠다 ” 며 당시를 회상했다 . 아이를 키우는 동안 사회적 관계도 끊기고 점점 고립되었던 그는 작가와 엄마의 경계를 고민하게 된다 .
그는 산문집 『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에서 ‘ 밤낮으로 우는 아이를 달래고 밥을 챙겨줘야 하며 감기를 걱정해야 해서 마음에 시를 위한 자리를 남겨 두지 못했다 ’ 고 말했다 . 하지만 그는 이내 용기를 얻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며 ‘ 나를 잃지 않겠다는 결심 ’ 을 한다 .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지하보도의 차가운 벤치에 앉아 시집 속의 글자들을 눈에 담았다 . 그렇게 그는 잃어버렸던 작가의 정체성을 되찾았다 .
■ ‘ 나 ’ 로 살아갈 결심 이날 ‘ 소수다의 서재 ’ 북토크가 펼쳐진 공유 공간 딩가딩가에서는 작가와의 대화가 끝나고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서가 다가왔다 . 참여자들은 각자 삶에서 ‘ 살아갈 결심 ’ 을 만들어준 책이나 또는 ‘ 살아가는 이유 ’ 가 되는 책을 소개했다 .
이들은 특히 여성으로서 , 엄마로서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버텨왔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동시에 그럼에도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순간을 공유했다 .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들로 울림을 주고 위로받았다 . 참여자 김지나 씨는 “9 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제 2 의 인생을 엄마로 살기로 선택했다 .
내가 결정한 길이지만 4 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 자존감이 낮아졌던 와중에 책들을 읽고 ‘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 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 시작했다 ” 라며 책 『 민들레는 민들레 』 , 『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 두 권을 소개했다 .
다른 참여자 이수연 씨는 “ 결혼하고 남편 직장 따라 연고 없는 완주로 오게 되었다 .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일에서 얻는 성취감도 없었고 아내로서도 , 엄마로서도 만족스럽지 못 했다 .
20 대 때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고 ‘ 매일 내딛는 한 발짝이 진짜 삶이다 ’ 는 말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 ” 라며 책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를 추천했다 .
■ 엄마의 방학 이날 ‘ 소수다의 서재 ’ 행사와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공간 ‘ 딩가딩가 ’ 를 운영하는 엄마의 방학은 2018 년 학부모 책 모임에서 출발한 공동체다 . 4 명으로 시작했고 현재 2023 년도 봄학기 프로그램 기준 9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김지영 대표는 “ 정예멤버는 따로 없고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그때그때 참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 우리는 ‘ 회원 ’ 이라는 말보다는 ‘ 동료 ’ 라는 말이 어울린다 .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 엄마 ’ 를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아니라 ‘ 돌보는 사람 ’ 로 정의한다 .
가족을 돌보거나 ,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 나를 돌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한다 ” 라며 웃었다 . 공동체 엄마의 방학은 ‘ 자기돌봄 ’ 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 지금까지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면 이곳 안에서는 나를 돌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
현재 단체 채팅방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띄워서 책모임 , 영화모임 , 등산모임 등을 함께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욕구 , 감정에 집중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
끝으로 김 대표는 “ 오늘 강윤미 작가님께서 작가라는 정체성과 엄마라는 정체성에 대해 , 결심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간 것에 대해 공유해줘서 좋은 시간이었다 . 이번 북토크를 통해서 모두가 ‘ 한 발짝 내딛는 용기 ’ 가 만들어졌길 바란다 ” 며 소감을 밝혔다 .
[ 완주문화재단 ' 공존의 가치 '] 완주문화재단은 2018 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 ( 구 . 무지개다리 사업 )' 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교류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 소수다의 서재 ' 를 비롯한 청소년 문화다양성 워크숍 , 문화다양성 선언 , 문화다양성 이미지 제작 , 문화다양성 활동 지원 및 아카이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내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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