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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18.04.03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2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8.04.03 15:45 조회 3,4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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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2]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 고산 최규레 할머니의 요리 최귀례 할머니가 달래무침에 들어갈 마늘을 빻고 있다.

들기름에 고추장, 매실액 특별한 것 없이도 입안 가득 향긋한 봄의 냄새 고산에 사시는 최귀례 할머니 (83) 댁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마룻바닥에 광이 나는 걸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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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온다고 급하게 치우신 건 아닐까하는 의심에 이곳저곳 살펴봤는데 눈길이 가는 곳마다 완벽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고 , 먼지 한톨 찾을 수 없었다 . 할머니께는 음식 비법보다 살림 솜씨를 배워야 할 것 같았다 .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 대충 한다고 하시면서도 한가지 일을 하고 나면 곧바로 치우고 닦으셨다 . 할머니가 말씀하신 청소에 이런 일상적인 정리는 해당되지 않는 걸까 ? 마음이 복잡할 때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며 청소 하나에도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던 나는 할머니 앞에서 부끄러웠다 .

할머니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티내지 않고 하는 담담한 삶의 태도를 몸소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셨다 . “ 암시롱도 안혀 . 배고픈께 잘 들어가 . 찬밥에 물 말아서 돼지고기 넣고 김치찜 하면 젤로 맛있어 . 잘 묵으야겠디 .

안그럼 어지럼증이 생겨 ” 혼자 밥먹을 때 쓸쓸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하셨다 . 우문현답이다 . 나도 밥상 앞에서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말이 나오면 좀 더 배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어봐야겠다 .

할머니는 찬밥에 물 말아서 돼지고기 넣은 묵은지 김치찌개랑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하신다 .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함께 살았던 나의 할머니도 늘 밥을 물에 말아서 드셨다 .

나도 한동안 할머니를 따라서 밥에 물 말아 먹는 걸 좋아했는데 , 먹을 게 많아진 후로는 한번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할머니가 16 살에 시집와서 17 살에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은 6.25 전쟁통에 군대에 가서 6 년 동안이나 집을 비웠다고 했다 .

혼자 갓난 아이를 업고 이집 저집 다니며 나락을 줍는 일을 하면서 사셨다고 했다 . 할머니가 살던 곳은 서봉이었는데 , 나물을 구하기 위해 경천이나 운주까지 걸어다녔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하게 사셨을 지 짐작이 간다 . 그 때는 누구나 다 배고픈 시절이어서 나물도 다 뜯어가고 남는게 없었다고 한다 .

주로 많이 먹었던 나물은 벌이방애 , 자우정 , 씀바귀 등이라고 하는데 , 씀바귀 하나 알아 듣고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나물 이름이었다 .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쑥도 뿌리까지도 다 캐가서 한동안 보기가 힘들었다고 하니 그 당시 얼마나 먹을 게 귀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하시면서 갑자기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는데 , 어여 일하자고 하시면서 일어나신다 . 두 팔을 크게 벌리면서 “ 지금 이곳이 천국이여 ” 라고 말씀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 할머니께서 힘든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

일의 순서를 아는 사람이 고수라고 했다 . 순서대로 일하면 일을 마치고 나서 피곤할 일이 없다고 한다 . 찬장에서 양념을 꺼내고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부터 하나도 허투루 하는 동작이 없이 순서에 맞게 준비하신 할머니를 보면서 고수로 느껴졌다 .

할머니께 나물 뜯으러 같이 가자고 하니 무릎이 아파서 나물 뜯는 일은 더이상 못한다고 하셨다 . 시골에 대한 환상이 하나 둘 깨지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다 . 이야기를 몇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달래무침이 완성됐다 .

점심식사 시간 이후에 만나서 우리 세사람은 모두 밥을 먹고 난 뒤였는데 어제 짜온 들기름에 고추장 , 매실엑기스 , 깨소금 만으로 무친 달래나물은 향긋한 봄의 냄새로 우리를 유혹했다 . 우리는 오랜만에 양푼에 밥을 넣어 비벼 먹기로 했다 .

할머니가 평소 해 놓은 김치 몇개를 꺼내 달래무침 비빔밥에 곁들이니 금새 푸짐한 밥상이 완성된다 . 혼자 먹던 조용한 밥상위에 숟가락 한개가 더 왔다갔다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알게 된 날이었다 .

뒷정리를 하고 가려고 일어서는데 할머니는 어제 짠 들기름을 작은 병에 담아 우리 두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 주셨다 . 언제든 지나가는 길에 전화하면 밥을 해줄테니 또 오라고 하시면서 호탕하게 웃으신다 .

지난달 완두콩 신문을 보여드리면서 할머니께 이렇게 기사가 나간다고 말씀드리니 기사는 안 나와도 되니 밥이나 맛있게 먹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 글을 읽지 못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우리는 신문을 가져가서 직접 읽어드리기로 했다 .

[ 깨소금 달래무침 : 애 다루듯 조물조물 살살살~ ] 재료 : 달래 1 단 / 양념장 : 매실액기스 , 고추장 , 들기름 , 다진 마늘 , 깨소금 , 깨 1 달래를 깨끗이 씻어 양손 가득 잡고 툭툭 찢어 준다 . 2 큰 다라이에 다진마늘 , 들기름 , 고추장 , 각각 한 스푼씩 넣는다 .

3 매실액기스 반 스푼 넣는다 . ( 남편에겐 식초 , 반 스푼 , 아이에겐 설탕 반 스푼 넣어주는 것도 좋다 .) 4 깨소금을 듬뿍 다섯 스푼 넣고 , 통깨도 한 스푼 넣는다 . 5 달래를 넣어 조물조물 ~ 살살살 ~ 꼭 손으로 무쳐준다 . 6 달래를 무친 곳에 밥을 넣어 골고루 비벼 먹는다 .

[ 달래간장 : 짜지않게 만들어 구운 김과 함께~ ] 재료 : 달래 1 단 / 양념장 : 매실액기스 , 간장 , 고추가루 , 다진마늘 , 설탕 , 참기름 , 통깨 , 물 1 달래를 깨끗이 씻어 4~5 센치로 자른다 .

2 간장 12 스푼 , 매실액기스 2 스푼 , 고추가루 반스푼 , 다진마늘 , 설탕 , 참기름 , 통깨 각각 한스푼씩 넣어 잘 저어준다 . 3 간장이 너무 짜면 물을 1~5 스푼 정도 넣어준다 . 4 달래가 간장 양념장에 푹 잠기지 않도록 버무려둔다 .

5 김을 구워서 밥과 달래를 듬뿍넣은 간장을 올려 먹는다 . 6 남매와 손주들까지 아직도 반찬거리들을 직접 챙기시느라 냉장고가 3 대나 된다 . 냉장고에 붙여둔 자석 인형은 20 년 전부터 모은 것들인데 할머니의 취미생활이다 . 부엌 옆 창고는 깔끔한 할머니의 살림솜씨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께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현장 사진

달콤하고 알싸한 인생의 맛, 달래무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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