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노래 ⑲지천의 꽃같은 우리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니자면 엄마는 항상 꽃 옆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
집에와서 뽑은 사진을 추리자면 그곳이 강원도이건 , 중국이건 , 비엔나이건 장소는 보이지 않고 작은 종이 위에는 엄마와 꽃만 인화되어있어 , 이럴거면 왜 여행을 간거냐며 우스개소리를 했었다 .
이제 세월이 흘러 나도 꽃이 보이는 나이가 되었고 , 아직은 앞선 사람들처럼 이름을 외우거나 꽃의 특성을 알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 그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마음으로 보기시작하였다 . 여리여리 몽환적인 벚꽃이 며칠만에 지고 , 물철쭉이 하얗게 일어나는것을 보았다 .
분홍 , 주황 , 색이 강한 철쭉보다 조금 늦게 나온 물철쭉의 백색은 단단해보이지 않으며 , 자기주장없이 뒤로 밀려나 무리에서 멀리 서있는 듯 보인다 .
물철쭉의 몽환적인 모습에 슈만 (Robert Schumann) 의 가곡 ‘ 아름다운 오월에 (In wunderschoenen Monat Mai)’ 가 떠오른다 . 눈부시게 아름다운 5 월에 모든 꽃봉오리가 터질 때 내 가슴에는 사랑이 피어올랐네 .
눈부시게 아름다운 5 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를 부를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열망을 많은 가곡들이 그러하지만 , 특히 이 작품에서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의 시는 슈만의 음악을 거쳐 완전히 다른 옷을 입은 듯 들린다 .
꽃봉오리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싹트는 순간과 새가 높은 소리로 지져귀는 듯 설레이는 사랑의 고백은 슈만을 통해 마치 봄빗속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 이 아름다움이 갖고 있는 하염없는 공허한 이면만을 노래하는것처럼 한없이 몽환적이며 우울하게 들린다 .
대아저수로 가는 길가에 수국과 산사나무의 백색꽃들이 잔뜩피어있다 . 그들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홀리어 결국 꽃을 꺽어 내 집으로 들고 들어왔다 . 하얗게 몽우리 진 백수국과 하얗게 늘어진 산사나무의 꽃의 순결한 듯 혹은 빛바랜 듯한 백색의 매력은 들여다볼수록 더욱 짙어져만간다 .
이 아름다움은 모차르트의 노래 ‘ 봄을 기다리며 (Sehnsucht nach dem Fruehling)’ 의 밝은 설레임도 , 슈만의 ‘ 아름다운 오월에 ’ 가 노래하는 시간이 멈춘듯한 몽환적인 그것도 아니다 . 그냥 거기 그렇게 피어있어서 아름답고 , 그게 다이다 .
지난 3 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5 월이 되서야 지천의 꽃이 눈에 들어오고 , 그렇게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비바람과 자동차 먼지를 다 마시며 누구도 돌봐주지 않지만 꿋꿋이 길 옆에 피어낸 꽃이 이리도 아름다운걸 보면 ,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곱디곱고 , 얼마나 소중한걸까 ?
그 소중함은 일상속에서 내가 잊기도 혹은 잊혀지기도하지만 우리가 고른 숨을 쉬는것 , 좋아하는 것을 보고 행복해하는것 , 사랑하려고 애쓰는 그 마음자체로 우리도 참으로 아름답다 .
누군가 잘보이는 곳에 올려놓고 오래 보고싶은 백수국만큼 , 하얀 산사나무 꽃만큼 우리의 존재도 참으로 곱고 소중하다는 생각을하는 5 월이다 . 김민경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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